디지털자산법 정부안, 사실상 원안대로…민주당TF 힘겨루기 '판정승'

  • 은행 51%룰, 지분 15~20% 제한 입장 고수

  • 빗썸 오지급 사태 등 발생하면 무과실 배상

  • 5일 당정협의회 후 최종안 발의…난항 예상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원회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원회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의 핵심 쟁점인 ‘은행 51% 룰’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15~20%)을 사실상 정부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 신뢰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정부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정치권과의 주도권 경쟁에서도 금융당국이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열고 디지털자산법 정부 검토안의 주요 내용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날 회의가 사실상 정부안을 확정하는 자리로 보고 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새로운 기회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제도 정비와 시장 저변 확대라는 두 축(Two-Track)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가상자산 정책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은행 중심(지분 50%+1)의 컨소시엄을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두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등의 핵심 쟁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큰 틀에서 정부 구상이 유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규제 강화 논리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증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지분 제한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 기능을 하는 금융사로 규정하고 대체거래소(ATS) 규제를 준용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해당 법안이 현실화되면 모든 거래소들의 지분 재편은 불가피하다. 일례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창업자인 송치형 회장이 25.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적어도 5.52%, 많게는 10.52%를 매각해야 한다. 두나무의 현재 가치가 15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7500억원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분 정리를 위해 3년의 매각 유예 기간을 두고,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추가로 2년 범위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무과실 손해배상책임 부과 방식도 논의됐다. 이는 빗썸 오지급 사태와 같은 전산 장애나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거래소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이와 함께 거래소 내부통제 기준과 전산·보안 기준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의 ‘가상자산’ 용어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비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이 가능하도록 사업자 규율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금융위는 이번 회의 내용을 반영해 디지털자산법 정부안을 마무리 짓고 5일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당정협의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정부여당이 합의한 법안이 최종 발의된다. 다만 정부안 세부 내용을 두고 민주당 디지털자산TF와 정책위원회 사이에 여전히 온도차가 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6월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과 맞물리며 연내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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