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의 한 주유소는 이란 전쟁 이후 닷새 사이 경유 가격을 리터당 850원 이상 올렸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인상 폭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주유소는 하루 만에 가격을 600원 넘게 다시 내렸다. 정부의 단속 움직임과 여론 비판이 이어지자 급하게 가격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주유소가 민간 사업자가 아니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라는 점이다. 알뜰주유소 제도는 정부가 석유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정유사 중심의 공급 구조를 완화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시장 가격 안정의 기준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그런 정책 장치가 오히려 가격 급등 사례로 등장했다면 정책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는 뒤늦게 가격 급등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주유소에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가 판매 알뜰주유소에 대해 현장 점검과 유선 계도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사후 조치에 가깝다. 가격 급등이 발생한 뒤에야 관리가 이뤄졌다면 정책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 대응 방식의 한계도 보여준다. 정부는 기름값 급등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 점검과 국세청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시장 교란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 다만 위기 때마다 단속 중심의 대응이 반복되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석유 가격은 국제 정세와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이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사후 단속보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가격 정보 공개와 유통 관리 시스템을 정교하게 운영해야 시장 참여자들도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알뜰주유소는 정부 정책의 상징적 장치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알뜰주유소는 가격 안정의 기준점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 주유소보다 먼저 가격을 크게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제도의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이라면 가격 정책과 관리 기준 역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정책의 기본 원칙과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시장 안정 장치를 만들었다면 그 장치가 실제로 안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엄단’과 ‘단속’을 강조하는 방식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정책은 일관된 원칙과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정부가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내 시장 관리와 정책 신뢰는 정부의 책임 영역이다. 알뜰주유소가 가격 안정의 상징이 아니라 가격 급등 사례로 거론되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책 운영 체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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