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 논의 문턱 높여…공습 중단·배상 없인 협상 없다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이 휴전 논의에 앞서 공습 중단과 안전보장, 배상 등을 먼저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변 아랍국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이란이 에너지 시장 충격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아랍 외교관들을 인용해 “이란이 휴전협상 개시 전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이 선행돼야 하며, 휴전 뒤 재공격이 없다는 확고한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손해배상과 미군의 역내 철수도 이란 측 요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건은 최근 이란 지도부가 내놓는 강경 메시지와도 맞물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을 끝내려면 이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며 향후 침략을 막을 국제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첫 메시지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랍 국가들은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장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본격 휴전 전 ‘평온한 기간’을 먼저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무조건 항복 또는 전투 능력 붕괴를 원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공세를 이어갈 뜻을 밝히고 있어 실제 협상 진입까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란이 강경 조건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여전히 유가와 해상 교통을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에 자국 해군과의 조율을 요구했고, 관련 발언 이후 브렌트유는 다시 100달러를 넘었다. WSJ도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 압력을 의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현재 국면은 휴전 협상보다 조건 경쟁에 가깝다. 이란은 항복 대신 장기전 태세로 버티며 협상 가격을 높이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적 우위를 앞세워 양보 없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WSJ는 “이런 구조 탓에 미국이 전쟁 마무리를 원하더라도 실제 종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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