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안전은 맞추는 게 아니다'...BTS 논란이 드러낸 착각

  • 정확한 예측 집착 버려야...핵심은 '틀릴 것을 전제로 한 보수적 설계'

  • 사전예방 중심 행정은 글로벌 표준...법과 제도도 '최대 대응' 정당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 공연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032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 공연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을 둘러싼 공무원 대규모 동원이 논란이다. 사전 인파 예측 실패로 ‘공무원 1만명 동원, 초과수당만 최소 4억원’, ‘다른 긴급상황 대응 공백 우려’마저 제기됐다. 그러자, 행정안전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책무”라고 해명까지 내놨다. 

그런데 이 논쟁은 출발점부터 틀렸다. 인파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느냐를 따지는 순간, 안전의 본질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안전은 애초에 ‘맞추는 문제’가 아니다. 틀릴 것을 전제로 설계하는 문제다.

이번 행사에서 경찰과 서울특별시는 최대 20만~30만명, 경찰은 26만명까지 인파를 예상했다. 실제는 6만~10만명 수준이었다. 이 격차 때문에 1만5000명에 달하는 인력 투입이 ‘과잉’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예측이 틀렸는가’가 아니라 ‘예측이 틀려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설계됐는가’

국제 기준은 이미 답을 내놨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은 ‘All-Hazards Planning’을 통해 모든 위험 시나리오를 전제로 대응한다. 영국 내무부(Home Office)의 ‘Green Guide’는 군중 안전을 평균이 아닌 최대 밀집 기준으로 설계하도록 한다. 일본 총무성(総務省, Ministry of Internal Affairs and Communications, MIC)은 더 노골적이다. 애초에 ‘보수적 추정’, 즉 틀릴 것을 전제로 인력과 동선을 설계한다. 2001년 아카시 불꽃놀이 압사 사고, 2012년 교토 기온마쓰리 군중 혼잡 문제가 계기가 됐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하나다. 정확성보다 안전의 상한선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법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정부에 재난 ‘예방’ 의무를 부과하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위험이 예상되는 단계’에서의 선제적 개입을 허용한다.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사고가 날 수 있는 순간부터 국가가 개입하라는 구조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태원 참사라는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당시 문제는 과잉 대응이 아니라 명백한 대응 부족과 관리 부재였다. 이 사건 이후 군중 안전 관리 기준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충분히 대비했는가’가 아니라 ‘혹시라도 부족하지 않았는가’를 따지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대형 공연, 테러 가능성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정부가 최대치 대응을 선택한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 있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단 한 건의 대형 사고 없이 행사가 종료됐다는 점은 정책 판단의 유효성을 방증한다.

때문에 ‘정확히 맞췄느냐’를 따지는 것은 위험한 후퇴다. 군중은 통제 대상이 아니라 변동하는 집합이다. 예측은 언제든 틀리고, 변수는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은 다른 선택을 한다. 정확도를 높이기보다, 틀렸을 때도 안전한 구조를 만든다. BTS 공연도 마찬가지다. 인파 예측은 빗나갔지만, 사고는 없었다. 보수적 설계의 결과다. 과잉이 아니라 정상이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반대 방향이다. ‘예측이 틀렸으니 다음엔 줄이자’는 논리다. 그 순간 안전의 기준은 무너진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응을 낮추는 선택은 결국 더 큰 비용, 즉 인명 피해로 돌아온다.

공공의 안전은 효율의 대상이 아니다. 정확한 예측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위험한 출발선으로 돌아간다.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안전은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틀릴 것을 전제로 한 보수적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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