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둘러싸고 시장 내부의 이견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투자 편의 확대를 내세우며 거래시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와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실효성과 혼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도 변화의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시장 참여자 신뢰를 얻지 못한 개편은 성공하기 어렵다.
거래소는 당초 정규장 외에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하루 거래시간을 현행 6시간 30분에서 12시간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전산 개발 부담과 테스트 기간 부족, 운영 인력 문제 등이 제기되자 시행 시점을 6월 말에서 9월 14일로 늦췄다. 프리마켓 종료 시간도 조정하고, 참여 여부 역시 증권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겉으로 보면 일정 조정으로 갈등을 봉합한 듯하지만 본질적 쟁점은 남아 있다. 거래소는 미국 등 해외 증시의 장시간 거래 추세에 맞춰 한국 자본시장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모두 더 긴 거래 기회를 원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부 시장에서 장외 거래가 활성화돼 있고, 24시간 거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현실은 다르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시간을 늘리면 거래가 분산돼 가격 형성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량이 얇은 시간대에는 변동성이 커지고, 허수 주문이나 단기 투기성 매매가 늘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은 야간 대응 인력과 시스템을 갖출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정보 접근과 대응 역량에서 불리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부담도 가볍지 않다. 거래시간이 길어지면 전산 인프라 확충, 고객 응대 인력 운영,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대형사는 감당할 수 있어도 중소형사는 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시장 개편 비용이 수수료나 서비스 축소 형태로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직장인 투자자나 해외 시장과 연계 매매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반면 장시간 시세 확인에 따른 피로도 증가, 과도한 단타 유도, 생활 리듬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래시간 확대가 곧 투자자 편익 확대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순서다. 거래시간 연장은 단순한 영업시간 변경이 아니라 시장 구조 개편이다. 주문 체계 통일, 전산 안정성 확보, 변동성 완화 장치,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투자자 보호 장치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시행하면 ‘선진화’가 아니라 혼란만 남길 수 있다.
거래소도 재검토에 나선 만큼 이제는 일방 추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인투자자, 증권사, 학계, 금융당국이 참여하는 공개 검증 절차를 거쳐 실제 수요와 비용을 객관적으로 따져야 한다. 일부 투자자의 요구를 전체 시장의 요구로 일반화해서도 안 되고, 업계의 부담만을 이유로 혁신을 멈춰서도 안 된다.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거래 시간이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투자자가 공정하다고 느끼고, 시스템이 안정적이며, 가격이 투명하게 형성될 때 시장은 커진다. 거래시간 연장은 그 이후의 문제다. 거래소가 진정 시장을 위한다면 시계를 늘리기 전에 신뢰부터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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