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는 관세·투자·희토류·인공지능(AI)·대만·이란 문제 등 양국의 핵심 의제가 총망라될 전망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일부 실질적 성과 도출 가능성이 나오지만, 대만과 이란 문제 등 안보 현안을 놓고는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14, 15일 이틀에 걸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초점이 양국 관계의 '중대한 돌파구' 마련보다는 갈등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위험 관리'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양국이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기 쉬운 경제·무역 분야 협상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정상회담 전날인 13일 서울에서 만나 정상회담 의제와 세부 사항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중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 논의가 이어지고, 농업·항공·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일부 관세 인하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항공기 구매 확대를 약속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 중국산 펜타닐 관련 관세를 일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 테슬라, 애플, 메타, 보잉, 골드만삭스, 마이크론, 퀄컴, 카길 등 기술·금융·항공우주·반도체·농업 분야를 대표하는 미국 핵심 기업 경영진 10여 명을 대동하는 것도 양국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기업들 역시 이번 정상회담을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사업 확대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방중 명단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포함되지 않았다. 홍콩 성도일보는 "젠슨 황 CEO의 부재가 엔비디아의 중국 AI 칩 시장 진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정부의 조달 승인 문제로 인해 아직 중국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AI 문제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양국이 AI 경쟁이 통제 불가능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 소통 채널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만·이란 문제 난항 전망
반면, 대만과 이란 문제 등 양국의 핵심 안보 이익이 걸린 국제 외교 사안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 문제를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해 왔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 자체에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S.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이 미국산 대두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한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대(對) 대만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역시 미국이 대대만 정책을 바꾸는 대가로 무엇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란 자금 지원과 잠재적 무기 수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전쟁 종식에 협조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재 외교를 부각하고 있지만, 이란 문제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간 입장차는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미·중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부각하며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11일 미국 마약단속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국제 마약 밀수 사건을 적발했다며 "양국 마약 단속 당국 간 실질적 협력이 이뤄낸 중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12일에는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사설을 통해 미·중 협력 필요성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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