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쟁탈전] 빅파마 '메가딜' 속 국내 제약사는 선별 투자로 대응

  • 내부 자산 재편하고 전략적 투자 전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2031년까지 특허 만료가 예상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약 200개에 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 공백 메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출시 속도가 빨라진 영향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에 나선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자회사 재편과 전략적 투자, 공동 연구·개발(R&D) 등 위험 부담을 낮춘 선별 투자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바이오헬스산업 브리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5년 간 글로벌 빅마파의 M&A는 총 69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의 73.2% 수준으로, 후기 임상 단계 자산과 신규 플랫폼 기술 등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다. 같은 기간 국내 제약 산업 M&A는 비공개 거래 등을 제외하면 총 43건에 그쳤다. 이 가운데 1000억원 미만 거래가 34건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했다. 메가딜보다 자회사 재편이나 전략적 투자 중심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제약사의 전략이 엇갈리는 배경으로는 자금 차이가 꼽힌다. 국내 상위 5개 제약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8조9886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형은 커졌지만 R&D와 공장 가동비, 영업 비용(판관비)등 고정지출 부담이 큰 업계 특성상 실제 투자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약가 인하 기조까지 겹치며 공격적인 메가딜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강한 가운데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인력 문제 역시 공격적인 M&A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국내는 미국처럼 바이오벤처를 통째로 인수하는 문화가 아직 강하지 않다"며 "대규모 인수보다는 지분 투자나 공동개발 중심의 전략이 많고,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지 조직과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위험 부담을 낮춘 선택적 투자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학의약품 중심이던 시장이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비만·항암 등 고부가가치 영역 선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일동제약은 최근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유노비아는 2023년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분리된 조직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 소화성궤양 치료제 등을 개발해왔다. 핵심 파이프라인을 다시 본사 체제로 편입해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외부 전략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앱클론에 122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단일 주주 기준 2대 주주(지분율 7.33%)에 올랐다. 이를 통해 혈액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네스페셀(AT-101)'의 국내 독점 판매 우선권을 확보했고, '공동개발위원회'를 발족해 이중항체 공동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국내 임상 2상 마무리 단계로, 개발이 완료되면 종근당은 CAR-T 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에 이어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TPD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활용해 표적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차세대 신약 플랫폼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유상증자에 3500만달러(약 523억원)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SK바이오팜이 지난 2023년 인수한 미국 TPD 개발 기업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를 재편한 조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적인 대응 전략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필요한 기술과 플랫폼을 선별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처럼 대형 M&A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당분간은 리스크를 낮춘 전략적 투자와 공동 개발 중심의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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