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기대만큼 가볍지 않다. 정부가 분당·일산 등 선도지구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재건축 기대감은 커졌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보다 이주와 추가 분담금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15곳 중 8곳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상지는 성남 분당 양지마을·샛별마을·시범단지 현대우성·목련마을, 안양 평촌 꿈마을금호·꿈마을우성, 군포 산본 자이백합·한양백두 등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기반으로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 단축 등 1기 신도시 사업 속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서 정비사업 구역 지정 물량 한도도 기존 2만6000가구에서 최대 7만가구로 확대했다. 지역별로는 일산 2만4800가구, 중동 2만2200가구, 분당 1만2000가구, 평촌 7200가구, 산본 3400가구가 제시됐다.
시장에서는 우선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노후 단지가 새 아파트로 바뀌고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완화, 통합심의 등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면 자산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선도지구 선정과 특별정비구역 지정이 곧바로 재건축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정비계획 수립, 사업시행자 지정,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착공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이주다. 1기 신도시는 30만 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계획도시다. 특정 시기에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리면 인근 전세시장과 임대차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분당과 평촌 등 일부 지역은 학군과 생활권 수요가 강해 주민들이 기존 생활권 안에서 이주하려는 경향도 크다. 인근 임대주택과 신규 공급 여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가 분담금도 갈등 요인이다. 최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같은 1기 신도시라도 기존 용적률, 입지, 단지 규모, 일반분양가에 따라 조합원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고령층 비중이 높은 단지에서는 수억원대 추가 분담금이 제시될 경우 주민 동의율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일정 변수도 남아 있다. 정부는 당초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구역별 주민 동의와 사업성, 지자체 인허가 상황에 따라 실제 추진 속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 안에서도 통합 정비 방식과 분담금 산정, 이주 시기 등을 두고 주민 간 의견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선도지구 지정만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수십만 가구의 주거 이동과 비용 부담을 함께 풀어야 하는 사업”이라며 “집값 상승 기대감만 앞세우면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이주대책과 감당 가능한 분담금 구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1기 신도시 주민은 “분당에서는 추가 분담금이 최대 7억원까지 거론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당장 착공에 들어간다 해도 이주 대책이 뚜렷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우식 분당재건축연합회 회장은 “이주 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성도 있지만, 민간의 영역인 만큼 이주 대책을 이유로 재건축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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