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이란 재건과 한국의 기회…전쟁이 끝나면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한 이란 여성이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한 이란 여성이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지난 3개월 반 동안 세계를 뒤흔들었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마침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양측은 여전히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예정된 종전 협상 체결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백악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종전안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협상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종전 MOU의 체결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 핵 문제도 남아 있고, 세계 에너지 시장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은 60일간 무료 통항 보장 이후 어떤 형태로든 통행료나 해상 서비스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영구적인 무료 개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쟁 피로감이 커진 워싱턴이 끝까지 이를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그 이후다. 전쟁이 끝나면 총성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돈의 흐름이 시작된다.

미국은 이미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 조성 마련에 나섰다. 여기에 고유가에 힘입은 걸프 산유국들의 투자 자금과 국제 금융기관,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까지 더해질 경우 중동에는 향후 수년간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폐허를 남겼다면 이제는 그 폐허를 복구하기 위한 거대한 경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셈이다.

역사는 이미 우리에게 비슷한 경험을 남겼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한국은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사막 한가운데 도로와 항만, 정유시설, 발전소를 건설했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중동으로 향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한국 경제 성장의 소중한 종잣돈이 됐다.

특히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한국 기업들은 현장을 지켰다. 일례로 대림산업은 이란·이라크 전쟁 속에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공사를 계속하며 이란 정부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훗날 한국 기업들이 중동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배경이 됐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던 한국 경제의 상징적 장면 가운데 하나다.

지금의 중동은 당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과거 중동 국가들이 원했던 것이 도로와 항만, 발전소 같은 인프라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산, 원전, 스마트시티와 같은 첨단 산업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력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바라카 원전 건설을 통해 신뢰를 쌓은 한국은 최근 방산과 AI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비전 2030'을 통해 산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이 원하는 것과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더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나 불안정성이 곧 기회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로벌 자본은 전쟁 이후의 재건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다.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읽고 먼저 움직이는 일이다. 한국 역시 과거 오일쇼크 시절 그랬던 것처럼 변화하는 중동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해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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