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낮은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다.
특히 민간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거의 정체나 마찬가지인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국면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55.0으로 나타나,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4월(55.0) 이후 10년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SI수치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이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600대 기업들이 경기부진을 예상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자금사장이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내수부진, 수출둔화 등 실물경제가 급속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68.4로 나타나 전월(11월)보다 4.5 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내수경기(66.2, 전월비 8.9↓) 침체도 심화되고, 세계 경제 동반침체로 인한 수출여건(77.5, 전월비 10.3↓) 또한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채산성(63.0), 고용(96.6), 투자(70.1) 등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재고(118.5)는 전월보다 증가해 체감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앞서 한국은행은 26일 전국 2150개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 기업경기 실사지수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11월 BSI는 54로 전월의 67보다 13포인트가 급락, 지난 1998년 3분기(4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12월 BSI도 52로 조사돼 전월의 68보다 16포인트나 폭락,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94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전국 제조업체 156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을 내놓았다.
조사결과, 내년 1분기 BSI는 55로 전망돼 전분기(79)보다 24포인트가 급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55’란 수치는 IMF경제위기 이후 체감경기가 바닥을 쳤던 지난 1998년3분기의 61보다 더 낮은 것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경기침체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민간연구소 전망들이 속속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7일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6%에서 3.2%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연구소는 이날 ‘최근 현황 및 2009년 경제전망’란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등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악화되면서 성장률도 올해 4.4%에서 3.2%로 급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소는 또 금융불안은 내년에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선진국에 이어 신흥개도국의 경기도 하강하면서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한국경제는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이후에나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재붕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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