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피트가 그의 작품 '아트벤치'를 컬렉션 하면서 이헌정 작가는 ‘스타작가’가 됐다. 2009년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 바젤’ 부설 ‘디자인 바젤’에서의 일이다. 그는 도예가로 시작해 조각가, 설치미술가 그리고 이제는 건축가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경원대학교 건축대학원에 진학해 건축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그의 ‘새로움’에 관한 예찬을 그의 개인전 ‘The Model of Architecture(건축의 모델)’ 이 열리고 있는 일우스페이스를 찾아 들어봤다.
-새로운 것을 계속 작업하고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그러한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나에게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있다. 한 가지 주제를 심도있게 탐구하는 것 보다 늘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시도하고, 실천하는 것이 나에게 더 잘 맞고 재미있다. 그런 일을 할 때 에너지가 충만함을 느낀다. 사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참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엔 ‘중독증세’도 함께 나타난다. 시도하고 성공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다. 어려운 점을 극복해내는 것을 보면, 시도하고 성공하는 것에 습관적으로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시도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실패했을 때 좌절감을 맛본 경우는 없나.
"물론 시도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 일에 후회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은 다 정답’이라고 말한다. 나는 직관에 의해 선택하는 것이 많고, 일단 선택하면 그것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따라서 이를 추진해 나가는 열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실 내가 미술에서 첫 발을 내디딘 도예는 마이너 분야에 속한다. 주요 영역에 속해 있지 않기에 나의 다른 이력으로 얼마든지 덮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예는 나에게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것이다.”
-너무 폭넓은 것을 추구하다 보면 장단이 있을 것 같다.
“하나를 깊이 파고 들면 사물·물성·테크닉 등을 심도있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작가로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 분명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반면 사람들은 나를 '도예하는 이헌정''설치하는 이헌정' 이렇게 내가 각각 다른 사람으로 알더라(웃음).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적인 요인이다. 하나의 물성을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못하는 반면,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과거’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 하나의 사물만 쳐다보고 있을 때는 주관적 습성에 빠지기 쉬운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함으로써 다소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