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종목 10개 가운데 1개가 금융위기로 시장이 초토화됐던 2008~09년보다 더 저평가돼 있다고 보도했다.
톰슨로이터가 S&P5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한 결과, 50곳 이상의 향후 12개월 예상 PER이 금융위기 때 수준을 밑돌았다. PER은 순이익(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 수록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다. 50곳 가운데는 MS, 애플, 월마트, JP모건, 휴렛패커드 등이 포함됐다.
주가 수준과 달리 S&P500 기업들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분석 결과, 500개 기업 가운데 지난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월가의 전망치를 넘은 곳이 72%에 달했다. 이에 따라 S&P500 기업들의 내년 순익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 4월 13.6%에서 최근 14.1%로 상향 조정됐다.
이처럼 주가와 실적이 거꾸로 가는 이유는 투자심리가 지극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잭 드간 하버아드바이저리코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위험회피 추세가 거세지면서, 우량주들이 염가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특히 정보기술(IT)·금융·소비재주의 향후 12개월 예상 PER이 10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애플은 2009년 이후 주가가 350% 급등했지만, 향후 12개월 예상 PER은 2008년 11월 15.52배에서 최근 12.29배로 추락했다. JP모건도 2009년 이후 주가는 19% 올랐지만, 향후 12개월 예상 PER은 2008년 9.44배였던 것이 최근 6.63배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프레드 딕슨 DA데이비슨앤드코 최고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신뢰수준이 믿기지 않을 만큼 추락했다"며 "금융시장은 물론 정치권에 대한 신뢰 역시 떨어져, 투자자들은 내년 대선을 호재로 반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미국·유럽·일본의 대형 기관투자자 57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49.2%로 전달에 비해 3%포인트 줄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8월만 놓고 보면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이에 반해 현금 비중은 7월 4.5%에서 지난달 5.8% 늘어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