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찬 일색이다. 우리나라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주요 국제기구와 국가들의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한 지 3년. 정부의 녹색성장은 이제 OECD 회원국 공통의 국제적 어젠다가 돼 세계경제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녹색성장 3년= 정부는 환경과 경제, 생활 정책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과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변화를 꾀해왔다.
특히 오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부문·종별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통해 497개 업체에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부여, 본격적인 감축 활동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녹색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27대 중점 녹색기술 선정, 녹색인증제 등 선제적 투자와 지원을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전반적으로 단축됐다고 정부는 자평한다.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기업의 투자와 참여도 늘어나 지난 3년간 30대 그룹의 녹색투자 총액은 15조1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74.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비약적 발전, 리튬이차전지 시장점유율 세계 2위,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 출시 등 가시적인 성과도 도출됐다.
녹색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작년 신규 녹색벤처기업은 787개로 2009년 대비 41.7% 증가했다.
탄소포인트제 가입 가구수가 2009년 43만 가구에서 지난 7월 200만 가구로 늘어나고 그린카드가 도입되는 등 녹색소비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산됐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9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녹색생활 분야에서도 점진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녹색성장 지금부터가 시작=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여건상 훨씬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거의 모든 에너지를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에너지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개발면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여건상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바로잡을 요금체계의 부재와 같은 ‘갈색성장시대’의 잔재들을 존속시키는 제약조건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논의가 너무 급하게 진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인 색채가 더해졌고 결국 민심을 잡지 못했다는 거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 교수는 “바로 성과(output)를 기대하기보다 10년, 20년 후에 있을지 모를 환경 및 에너지 문제 극복을 위한 보험 성격을 가진 정책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스케일의 환경과 에너지 위기가 동시에 온다면 그 엄청난 파급효과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다만 온실효과로 인한 환경파괴와 화석연료 고갈 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친환경성장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의 정책에 관심을 갖는 녹색성장의 큰 방향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지 못한 점도 문제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장 5~10년 후에 어떻게 바뀔지 모를 정책에 국민들은 패러다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일관된 의지로 목표를 향해야 하는데 국제적인 불황위기 속에서 추동력을 잃은 듯하다”고 꼬집었다. 정권 말기이다 보니 ‘어차피 내년이면 끝날 것’이란 의식도 반영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
또 “녹색성장이라는 게 큰돈이 안 된다. 녹색성장이라는 게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현시점에선 동력을 잃은 게 아닌가. 발등에 떨어진 불(경제위기)이 더 심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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