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각국에서 특허침해 소송 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정부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국 기업 간의 전쟁이 어쩌면 양국 정부 간 무역전쟁으로 비화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난해 미국 전자업체인 월풀이 한국산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대해서 요구한 상계관세 부과를 상무부가 거절하긴 했지만, 정부와 국내 기업을 충분히 긴장시키고도 남았다.
◆ 환경규제 대표적 비관세 장벽…“일방요구는 안돼”
국제간의 협상도 △효과 측정상의 곤란성 △복잡성 △불확실성 △개발도상국에의 차별적인 성격으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한 게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례를 모방하는 유사 규제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 △전기전자 △자동자 △화학 등 업종별로 '국제환경규제 대응 산학연관 협의회'를 설립, '국제환경규제 대응 기본전략' 수립 추진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이 환경규제 대응시스템 개발과 협력업체 대응지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대응인력 및 정보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환경규제를 역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수출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비관세장벽은 그러나 상호관계가 있다는 면에서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요구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치밀한 논리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를 놓고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일방의 승리로 끝나더라도 양사는 이미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있다.
지난해 한·EU FTA가 발효됐지만 EU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해결돼야 할 시장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장마리 위르티제 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회장은 "EU 자동차 업계 역시 규제(승객 좌석의 규격 제한 등)에 직면해 있다"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규제가 있지만 지적재산권 침해가 만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한국의 1월 무역수지가 24개월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는등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조치는 또다른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용 컨테이너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국내 한 무역항의 모습. |
중국 내 시장접근을 가로막는 비관세장벽은 한국 기업에는 적지 않은 원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제 특성에서 유래되는 지재권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통관 지연, 잦은 기술규제 변경, 중앙과 지방 간 법규 충돌, 인허가 지연 등 비관세장벽 때문에 한국 기업이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본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과 중국 정부 간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FTA 협상 개시는 비관세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의 한국으로의 유턴이라는 부수효과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직접 진출하지 않아도 직수출이 가능해지고 높은 관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약해졌던 국내 제조업 기반이 확충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한·EU나 한·미 FTA에 비해 제조업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업에서도 한·중 FTA로 우리나라가 얻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과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개방 수준이 높아 진출하기 쉬워질 것이고, 온라인 게임 분야의 직접수출이나 법률서비스 수요 창출 등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농수산업이나 중소기업, 일부 제조업 등 민감한 분야에서는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서비스와 투자를 아우르는 포괄적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