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내린 연 3.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예상 밖의 금리 인하에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0.25%포인트 내려가면 1억원을 빌린 사람은 연 25만원, 2억원 대출자는 50만원을 아낄 수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작지 않은 도움이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울상이다. 가뜩이나 대출금리가 높아 불만인데 금리 인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은행의 우량고객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가 연 4.1~4.3%인데 고정금리는 연 4.7%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변동금리가 연 4.2~4.4%인데 고정금리는 연 4.7%다. 국민은행도 고정금리가 더 높다.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이번 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더 내려가 고정금리 대출자와의 금리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고정금리대출 권유로 신규 주택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대출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며 신규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것을 적극 권유했다. 은행들도 이를 지원토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고정금리대출은 신규 가계대출의 11.4%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 5월에는 44.3%까지 높아졌다. 신규 대출자의 절반 가까이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것이다.
더구나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8월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 시기가 7월로 앞당겨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한 차례 금리를 내린 것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든 만큼 하반기에 최소 1번 이상의 인하가 점쳐진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경기여건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추가로 금리가 인하되면 변동금리 대출자와 고정금리 대출자의 금리 격차는 1%포인트 가까이 벌어질 수 있다. 2억원 대출자라면 1년에 200만원 가까운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선다면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의 단기 국채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변동금리 대출자와의 금리 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면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회사원 양모(35)씨는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기에 고정금리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되레 내려가고 있다. 금리가 더 내려가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더라도 변동금리로 갈아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기 고정금리대출은 보통 만기가 10년 이상인데 긴 안목으로 보면 여전히 고정금리대출이 유리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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