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관리 사각지대] 정부 사태 이지경 되도록 뭐했나.…미국은 기업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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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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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사상 초유의 금융권 정보유출 사태가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보안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정부 늑장 처방이 사태 키웠다

정부가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란 비판을 받는데, 이번 정보유출 사태 역시 조금 더 부지런히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 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정부는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카드사에 통보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고객과의 계약 최종 만료(탈회, 가맹점 해지, 카드론 변제일 등) 날짜로부터 5년 이상 지난 정보는 파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한 것이다.

계약이 만료되고 5년이 지난 고객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을 ‘비정상 상태’로 변경해야 하고, 주소와 전화번호 등의 정보는 영구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KB국민카드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이런 지침이 마련되기 이전의 일이다. 결국 가이드라인을 조금 더 일찍 만들어 통보했다면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망한 회원들의 정보가 유출된 시점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이다.

또 일부 카드사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부가 규정을 만든 후 이행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 어설픈 처벌로 보안 불감증 증폭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한 후 이에 대한 처벌이 약했던 점도 문제다. 보안 의식 확립을 위해 강력한 경종을 울려야 했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어설프게 해왔던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사, 기업, 공공기관 등 58곳에서 1억3752만건(이번 3개 카드사 포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은행·카드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에서 2600여만건이, 관공서·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439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범행 유형별로는 위탁업체가 정보를 빼돌린 이번 사례 외에 해킹에 의한 유출이 3027만건, 내부 직원의 유출이 220만건 등이다.

유출 건수도 심각하지만, 처벌 수위도 문제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58곳 중 31곳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과태료 처분은 13곳, 경고·주의 등 시정조치 통보는 14곳이었다. 이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이었다면 금융사 문 닫았다

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징계와 관련, 선진국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만약 미국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면 금융사는 문 닫을 각오까지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선진국은 보안의식에 대한 차원이 우리와 다른데, 미국의 경우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로 인해 기업이 손해액의 10~30배 많게는 100배까지 배상한다"며 "정보유출로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보안을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금융권에는 낙하산 인사도 만연해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처벌이 솜방이이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정보유출에 따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계연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국내 금융사는 개인정보제공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기만 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마케팅에도 모든 소비자들이 노출돼 있다"며 "반면 미국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고객이 요구할 경우 기업은 정보제공 및 공유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KB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증권 분야에선 2003년 이 법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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