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 그동안 국내 쌀 시장 개방에 고심하던 정부가 전면 개방으로 가닥을 잡았다. 쌀 개방을 미루면서 다른 품목의 의무 수입을 더 이상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쌀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입 쌀이 들어올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관계 부처와 농업계, 민간 전문가 등이 긴밀히 협의하여 검토하고 국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쌀을 관세화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가로 지난 20년 동안 매년 증가해온 쌀의 의무 수입 물량은 국내 쌀 수급에 큰 부담"이라며 "쌀 소비랑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이 물량(올해 기준 40만 9000t)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쌀 수급에 매우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필 장관은 "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를 설정해 쌀 산업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라며 "향후 체결되는 모든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쌀은 계속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장 개방에 대비한 쌀 관세율을 398%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쌀 시장이 개방될 때를 대비한 시뮬레이터를 돌려본 결과, 관세율은 398%로 책정됐다"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쌀 시장 개방을 앞둔 대책도 다각적으로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한 쌀산업발전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는 △쌀 가공품과 수출 촉진 등을 통한 수급 균형 유지 △쌀 수입 보험제 실시 등 농가 소득 안정 장치 보완 △쌀 부정 유통 방지 △쌀 재해 보험 보장 수준 현실화 △전업농·들녘경영체 육성 △국산 쌀과 수입 쌀 혼합 판매 금지 및 단속 강화 △부정 유통 제재 강화 △건조·저온 저장 시설 등 미곡 종합 처리장(RPC)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쌀 산업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우량 농지를 보전하고 기반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기반을 유지·강화하는 동시에 소비·수출을 촉진하고 가공 산업을 육성해 수요 기반을 유지하기로 했다.
쌀 값 하락과 농가 소득 감소에 대비한 소득 안전장치도 보완하기로 했다. 쌀 직불금 제도를 보완하고 쌀 재해 보험 보장 수준을 현실화하는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이모작을 확대해 곡물·식량자급률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모작 논이 10만ha 늘어나면 곡물 자급률이 2.5%p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산 쌀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제시한다.
쌀 전업농과 경작 규모 50ha 이상의 '들녘경영체'를 지속적으로 육성해 국내 쌀 산업을 규모화·조직화 하는 한편, 쌀 생산비 절감 기술을 개발하고 고품종 종자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R&D)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농민 단체의 우려를 반영해 국산 쌀과 수입 쌀의 혼합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부정 유통에 따른 제재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미곡 종합 처리장(RPC)의 통합·연합을 유도해 거래 교섭력을 강화하고 건조·저온저장 시설 등 RPC 시설 현대화 사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수입 쌀이 급증할 때를 대비한 특별 긴급 관세(SSG)도 부과할 방침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WTO 규정에 따르면 SSG는 과거 3년 치 물량에 일정량 이상의 물량이 들어오면 부과할 수 있다"며 "외국 쌀 수입이 급증하면 SSG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3년 간 쌀 수입이 평균 40만t이 들어왔는데 거기서 5%가 더 늘어난 42만t 이상으로 수입량이 늘어나면 추가로 SSG가 3분의 1이 부과된다. 관세가 400%면 120%가 추가 발동 돼 연말까지 관세는 520%가 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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