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역별로 다른 전략경영을 구사하며 삼성의 미래상을 밝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부쩍 활발해진 이 부회장의 대외활동은 삼성의 밸류체인별로 국가와 실무접촉의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선 생산 거점화를 위한 성장전략을, 일본에선 원할한 원자재 조달을 위해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다지며 ‘동북아 삼성벨트’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 전방시장인 미국에선 경쟁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증권 회장 면담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방한한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증권 이사회 회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고가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부진이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들에게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며 “같이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고가 회장은 일본의 재계 원로로서 삼성과 일본 부품‧소재업계가 협력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오너는 특히 일본과 인연이 깊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60년부터 해마다 연말 연초에 도쿄를 찾아 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업정보를 수집했다. 여기서 반도체 사업을 구상했다. 이른바 ‘도쿄구상’이다.
이건희 회장 역시 경영구상을 위해 일본을 수시로 방문했었다. 와세다 대학에서 공부한 이 회장은 일본에서 체류한 기간이 길었고, 지인들과 일본 기업에서 착안한 생각을 경영전략의 기촉제로 삼기도 했다.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연쇄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도 일본으로부터 타개책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 中 시진핑 주석 등 고위층 잇단 환담
이 부회장은 또 중국과 베트남을 대규모 생산 거점화하는 성장전략을 펼치며 현지 고위 정부 관계자들과의 교류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만 해도 올들어 세 번이나 만났다. 지난 4월엔 보아오 포럼에서 리커창 총리를 만났고 8월 중국 차세대 지도자 후보인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와도 자리를 함께 했다.
광둥성은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이달 3일에는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를 찾아 마카이 부총리와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들에게 삼성의 중국 사업을 소개하고 관계 당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달 초 방한한 응웬 푸 쫑 당서기장을 만나 현지 가전단지 건립 건을 논의했다.
중국은 글로벌 최대 IT 소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어 삼성도 현지 투자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성장전략이 요구된다. 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지가 강해 배타적인 정책을 쓰고 있어서다. 이에 이 부회장은 중국 시장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 고위층과의 인맥 쌓기에 열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美 경쟁사 CEO들과 전략적 제휴 모색
전방시장인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경쟁사들과의 전략적 제휴가 시도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 애플 팀 쿡 CEO, 구글 래리 페이지 CEO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9월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방한해 만남이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가 직접 삼성 서초사옥을 찾아 이 부회장과 가상현실 분야 등 양사 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그밖에 웨어러블 기기 관련 미국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프랭크 CEO, 전기차 배터리 관련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과의 만남도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경쟁사와의 만남에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과도한 경쟁을 회피하고 기술개발이나 투자 부담을 경감하는 등 사업 활로를 개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위기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샌드위치에 끼인 형국”이라며 “이 부회장이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이며 중국과 미국, 일본 등을 포괄하는 가치사슬 속에서 선방향을 도출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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