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금융 이슈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 증시 급등,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세계 최대 미국 채권보유국 등.
중국의 금융분야 석학인 우샤오추(吴晓求) 런민(人民)대학교 금융증권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외국인투자자가 중국 증시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 증시에 대한 거품 우려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또 "AIIB 설립은 2차 대전 뒤 70년만에 세계금융질서를 새로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이에 가입하게 되면 일대일로(一帶一路·해상 및 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할 기회도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금리 자유화에 대해서는 "예금 금리 상한선 철폐는 빠르면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원교 아주경제 국제담당 대기자는 우소장을 만나 최근 중국 금융시장 동향,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개혁 방향, AIIB 등에 관해 대담을 나눴다. 인터뷰는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경제)과 홍콩 문회보가 주최한 '2015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이 열린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5일 진행됐다.
정원교: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스닥(創業板·창업판) 지수 역시 역대 신기록을 기록 중이다. 중국 증시가 '토네이도 장세'를 보이는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의 불마켓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일각에서는 버블 우려도 제기된다.
우샤오추: 중국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6년간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상당히 빠른 성장률을 보였고 금융시장 혁신도 가속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 강세장은 필연적이다. 다만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사실이다. 이는 중국 경제성장이 그만큼 빠르고 강력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투기성 자본도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3분의 1 가량은 거품이 끼었고 또 다른 3분의 1은 투자가치가 있다. 나머지 3분의 1은 평범한 주식이라고 본다.
앞으로 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중국 자본시장의 대외개방 속도 가속화와 위안화 국제화, 일대일로 프로젝트,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은 강세장을 보이고 있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정원교: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국 금융시장의 문턱은 너무 높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는가. 구체적 시간표를 알고 싶다.
우샤오추: 해외 투자자들은 현재 적격외국투자기관(QFII)를 통해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상하이 홍콩 거래소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금융시장으로 통하는 길은 좁다.
해외 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위안화 국제화가 가장 중요하다. QFII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를 통한 개방에는 한계가 있다. 위안화와 세계 주요통화의 자유로운 교환, 즉 위안화의 완전태환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하이거래소와 뉴욕거래소, 한국거래소, 런던거래소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등 시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계속 확보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정원교: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는 외국 금융회사가 합작 금융투자회사에 대해 보유 가능한 지분을 기존 기존 49%에서 51%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치가 올해 안해 시행될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우샤오추: 증감회가 외국자본 지분 비율을 확대한다는 데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금융개방 및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지 그들을 중국 금융회사의 지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도 외국 자본의 증권사 지분비율을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보다는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해외자본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외환시스템 개혁 등에 속도를 올리는 게 의미가 있다.
정원교: 중국이 창립을 추진하고 있는 AIIB는 아시아지역 정부간 다변개발기구인데 이를 놓고 논란이 많다. AIIB 등장이 중국 위안화 국제화 및 금융산업 개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는가. 한국이 가입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우샤오추: AIIB는 아시아의 발전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것이다. 아시아지역은 서방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인프라도 부족하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형성됐다. 70년이 지나는 동안 기존 금융시스템과 질서는 구시대적인 것이 됐다.
AIIB 등장은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미 달러 단일 통화체제가 이를 키운 측면이 있다. 당시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를 헤징할 수 있는 투자 선택권이 없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줄 것이다. 즉 AIIB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AIIB 가입은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은 이를 통해 상당한 투자 기회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정원교: 중국 금융 개혁 가운데서도 위안화 국제화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힌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우샤오추: 위안화 국제화는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래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개혁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아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너무 빨리 금융시장 개방에 나선 국가는 금융위기를 겪었다.
금융은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한 국가가 강대국이 되려면 군사나 정치적으로도 강해야 하지만 금융 강국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동안 중국 내에서 금융시장 개혁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정원교: 우 소장은 중국 금융시장 개혁의 3가지 중점으로 금리자유화, 위안화 국제화. 자산증권화를 꼽고 있다. 중국 예금금리 상한선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구체적으로 언제쯤 금리자유화가 이뤄질까.
우샤오추: 올 양회에서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올해 또는 내년 안에 예금금리 상한선이 완전히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이러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 (정리=김근정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