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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0주년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 "예당에서 과천으로 이사땐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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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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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3대 발레단으로 성장.."차세대 안무가 발굴해 한국 창작발레 우수성 알릴 것"

[8일 서울발레시어터가 창단 2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20년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모하고 무식하게 발레단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국 창작발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이 8일 서울시내 한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를 창작발레 활성화 원년으로 삼아 민간예술단체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발레시어터(SBT)는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 발레단이다. 1995년 현역 무용수였던 김인희 단장(52)과 제임스 전(한국명 전상헌·56) 상임안무가 겸 예술감독 부부가 창단했다. 김인희는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를 지냈고 제임스 전은 미국 줄리아드 대를 거쳐 모리스 베자르발레단 단원,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었다.

김인희 단장은 "저희 부부는 물론 모든 단원과 직원들이 이 단체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으로 함께 해왔기에 20년간 발레단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이제는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국내 3대 발레단으로 꼽힐 만큼 성장했다.  지난 20년간 창작발레 100여편을 발표했다. 2001년 한국 창작발레로는 처음으로 개런티를 받고 작품을 해외에 팔며 수출의 물꼬를 텄다. 티켓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발레 대중화를 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주안무가를 두고 창작물을 제작한다. 자체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정의 60~70%를 충당할 정도로 자생력도 갖췄다. 국내 발레단 가운데 4대 보험과 고정 급여를 지급하는 몇 안 되는 단체이기도 하다.

 

[김인희 단장]

시련도 있었다. SBT는 2000년 예술의전당에 둥지를 틀었으나 법인화된 국립발레단이 갑자기 예술의전당 상주 단체로 입주하는 바람에 2002년 과천시민회관으로 옮겨야 했다. 2년 계약을 하고 입주를 마친 상황에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김 단장은 "하고자 했던 공연들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그동안 벌어놨던 모든 돈과 집을 그때 다 잃었습니다. 6개월간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저는 SBT가 예술의전당에 들어가는 것이 발라신이 시티센터에 들어갔던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큰 꿈을 안고 갔는데 그것이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 됐죠."

김단장은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SBT를 키울 기회를 놓쳤던 점"이라며 "20세기 최고 안무가 조지 발라신이 여러 차례 발레단 문을 닫았다가 뉴욕시티센터 상주 발레단이 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던 일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김 단장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한국 발레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민간발레단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예술감독은 "민간단체가 많아져야 훌륭한 안무가와 무용가, 예술감독이 배출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단체가 많아서 안무만 잘하면 그것으로 먹고살 수 있지만, 한국은 그게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도 "한국 발레가 지난 50년간 훌륭한 무용수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발레단을 많이 만들어서 안무가와 지도자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며 "지금 한국 무용수들이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급 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약하는 것처럼 이제는 안무가와 지도자들도 많이 키워 수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창단 20주년이 되는 해에 단장과 상임안무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던 김단장과 전 예술감독은 "5년전 했던 약속은 그대로 갈 것"이라면서 "후원회장을 모시기 쉽지 않아 아직 노력 중"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단장, 예술감독이 오겠지만, 재정 자립도 70%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훌훌 떠나지 못할 것 같아요."

김인희 단장은 "앞으로 차세대 안무가 발굴, 양성을 통해 한극 창작발레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까지 창작물 100편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원들에게도 작품 안무 기회를 확대, 차세대 안무가 발굴을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구축 중이다. 현재 단원들을 대상으로 신작을 공모하고 있으며 오는 8월 첫 작품이 발표된다.

 안무가 제임스 전은 “창작 레퍼토리 다양화는 세계적 발레단 도약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단원들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 및 수준 높은 한국창작발레 육성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서울발레시어터는 20주년 특별 공연을 펼친다. 발레단의 오늘을 만들어 준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낸다는 의미로 'BRAVO SBT'를 창단 20주년 캐치프레이즈로 선정하고 특별 공연 라인업을 구성했다. ‘RAGE’(6월5~6일, LG아트센터)공연을 시작으로 야외 발레 공연으로 처음 선보이는 ‘한 여름 밤의 꿈’(8월 6일, 대전예술의전당)과 창단 20주년 기념 특별공연으로 준비된 ‘BEING’(10월 22~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과 스위스 바젤 발레단과 합작으로 이루어지는 ‘MOVES’(10월 1~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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