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앞으로 100만달러가 넘는 수출계약에 대해서는 무역보험을 제공할 때 현장실사 등을 통해 계약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중국이나 베트남 등 다른나라 업체에 위탁해 제품을 생산한 뒤 제 3국으로 수출하는 경우엔 수출실적이 70%만 인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부처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무역금융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비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쇄신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모뉴엘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수출대금 채권을 판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임직원들과의 유착 및 특혜 지원 등 비리도 드러났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무보는 지난해 12월부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과 태스크포스를 구성, 논의를 통해 이번 대책을 수립했다.
정부는 우선 무역금융 제도를 악용하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고자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감독과 무역보험 인수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 장관이 금감원에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검사를 요청할 경우 금감원이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추가해 무역보험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무역보험 인수심사 과정에서 100만달러를 초과하는 수출계약은 현장실사 등을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특히 해외 위탁가공이나 중계무역 형태의 수출계약에 대해서는 수출실적 인정비율을 기존 100%에서 70%로 낮추고, 거액인 경우 반드시 해외 현장실사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상품별로 해온 무역보험 지원한도 관리 방식을 기업별 관리로 바꾸고, 수출기업에 대한 분식회계 적출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등 무역보험 위험관리도 강화한다.
정부는 무역금융에 관여하는 은행들의 책임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무역보험공사가 100% 전담해 온 수출신용보증 가운데 일부를 은행이 분담하는 부분보증제가 도입된다.
앞으로 은행은 대기업에 대해서 10%, 중견기업은 5%, 중소기업은 1%의 보증 책임을 나눠지게 되며, 나머지를 무역보험공사가 맡는다.
은행이 수출채권을 매입할 때 진행하는 거래계약서, 운송증, 수출물품 인수증빙서류, 선하증권 등 관련 기본 증빙서류에 대한 검증 절차도 강화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여신제도도 손질한다.
수출채권 매입시 모든 거래에 대해 여신 승인 이전에 생산현장을 방문해야 하며, 여신감리 독립부서를 신설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 밖에 무역보험공사의 전면적인 조직 쇄신을 통해 비위행위를 엄격히 처단할 방침이다.
무역보험공사 2급(부장급) 이상 직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직무 관련 금품 수수시 이유를 불문하고 면직 조치하기로 했다.
특히 공금 유용·횡령시엔 신분상 징계처분 외에도 피해액의 5배까지 부과토록 하는 징계부가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인력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무역보험공사의 신용평가부서를 보강하고, 내부고발자 익명 신고시스템도 도입한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 상반기 내에 관련 제도 개선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무보 자체적으로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면 산업부와 협의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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