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먼 곳의 가장 소중한 친구,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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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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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 주에티오피아 대사[사진=외교부]

“내 청춘을 바쳐 싸운 게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를 잊지 않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4월 25일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제64차 한국전 참전용사 출정 기념식에 참석한 참전용사의 말이다.

1951년 4월 12일,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의 근위대 6,037명은 황제의 명을 받고, 머나먼 이국땅 한반도의 자유 수호를 위해 고국을 떠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중 122명은 목숨을 잃고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우리들에게 ‘시바(Sheba) 여왕의 나라’이자 ‘커피의 나라’로 잘 알려진 에티오피아와의 각별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올해 4월 제7차 세계물포럼 참석차 방한한 물라투 테쇼메(Mulatu Teshome)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를 “피로 맺어진 형제 국가”라고 언급한 것도 이처럼 역사적으로 특별한 양국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에티오피아간에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진 것은 최근 들어서다.

1963년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으나, 에티오피아가 70년대 중반부터 약 15년간 공산정권 치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에티오피아는 1억 명에 육박하는 아프리카 제2의 인구대국으로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거대 소비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아프리카 연합(AU)의 본부가 소재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에티오피아 정부의 “한국 벤치마킹” 정책 덕분에 에티오피아 국민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도 매우 우호적이다.

앞으로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모든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에티오피아 주재 대한민국대사관은 지난달 6일부터 9일까지 한국문화 행사인 “안녕! 한국 주간(Selam! Korean Week)”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했다.

이번 문화주간 동안 한국문화공연(사물놀이, 난타, 태권도 시범), 한국영화 상영, 한식 시식회, 태권도 대회, 대학강연회,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예선전 등 우리 문화를 종합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개막식에는 에티오피아 문화부장관을 비롯하여 일반 시민, 각국 외교단, 우리 교민 등 800여명이 참석하여 한국문화 공연에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에티오피아 국민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이곳에 부임한지 6개월이 되었다. 그간 에티오피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매혹된 기간이었다.

에티오피아 영토가 한반도의 다섯 배가 되며 80여 부족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 인류 최초의 화석 루시(Lucy)가 발견된 점, 수 천년간 고대 기독교 문명을 가장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2천년 전에는 악숨(Axum) 제국을 건설하여 로마제국과 페르시아 왕국과 비견되는 강성한 무역대국을 건설했던 점,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 문자를 갖고 있는 점,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가 십수년을 이슬람 문명의 고도인 하라르에서 은둔의 시간을 보낸 점, 붉은 여우 등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동식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교류에서도 쌍방간 호혜적인 관심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우리 국민도 에티오피아, 나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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