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이제부터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공략이 관건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였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가 선정됐다. 관세청은 지난 10일 오후 인천공항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서울 3개와 제주 1개 등 총 4개의 신규 면세점 특허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15년 만에 대기업에도 문이 열린 서울시내 일반경쟁 부분에선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 서울지역 신규 중소·중견 면세점으로는 SM면세점이, 제주지역 신규 면세점엔 제주관광공사가 각각 경쟁 법인들을 누르고 특허 사업자가 됐다.
이번 특허 심사는 애매한 신청 기준부터 탁상행정식 심사 배점, 선정기업 사전 유출 의혹마저 나오면서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선정 기업들은 앞으로 5년간 연간 최대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면세 사업의 성패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면세점 최대의 고객인 유커를 어떻게 신규 면세점으로 끌어들여 매출을 늘릴 것인가이다.
K-POP과 한국 드라마가 중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 얻는 등 한류 바람이 불면서 2010년 187만명에 불과했던 유커는 지난해 전체 국내 입국자 1420만명 가운데 43.2%에 달하는 612만7000명을 넘어섰다. 일본인 관광객 230만명, 미국인 77만명을 월등히 압도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4년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커의 가장 큰 방한 목적은 쇼핑(64.9%)이었다. 2013년(60.2%) 조사 때보다 4.7% 늘어난 것으로 쇼핑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체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비용은 234만4000원, 이중 쇼핑 비용은 117만2000원이었다. 유커의 1인당 평균 쇼핑액은 226만4000원으로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이제 면세점 사업 운영을 통해 영업이익의 증감은 해당 선정 기업들의 몫이 됐다.
기존과 같이 그저 손님이 찾아오기만은 기다린다면 90년대 이후 역사 속으로 이름을 감춰버린 면세점 업체들과 같은 운명이 되고 말 것이다.
지난 1962년 김포공항 출국장에 처음 설치된 국내 면세점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1980년대 후반 시내 면세점 수는 29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제주 한진면세점(2006년 6월 폐업), 경주 남문면세점(2003년 5월), 부산 동화면세점(1999년 6월), 경주 동화면세점(1998년 3월), 제주 동화면세점(1995년 10월 폐업)이 문을 닫았다.
애경그룹 계열사 AK면세점조차 인천공항에서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해 2009년 롯데호텔(롯데면세점)에 흡수 합병되면서 12개까지 줄어들었다.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20여 년 동안 무려 17개 면세점이 사라져야 했던 이유를 잘 파악하고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편일률적인 매장과 상품 구성,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안내판·관광상품 부족 등 유커들이 방한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과 불만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
또 점차 떨어지고 있는 재방문율을 향상시키고, 신규 방문객 증대를 위한 노력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신청서 제출 당시 밝혔던 계획들을 구체화하고 실현 가능하도록 과감하게 재조정하는 것도 선행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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