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선임연구원
2월 첫째주 토요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경매 특강에 약 5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좌석이 470석에 불과해 보조의자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부분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올해 경매시장서 뭔가 기회를 잡아 보겠다는 포부들이 가득했다. 그들에게는 IMF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됐던 과거 부동산 혼란기에 투자를 해 수익을 냈던 수많은 성공 스토리들이 학습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을 통해 많은 부동산‧경매 전문가들이 올해 금리 상승 및 경기침체로 인해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올 것 이라고 주장도 그들의 행동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거다.
그렇다면 2017년 경매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정말 투자할 만한 큰 시장이 열릴까? 필자는 부정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큰 장이 설만큼 경매 물건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매 통계가 집계된 이후 년도별로 경매 물건이 가장 많이 나온 해는 2005년 42만8000여건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경매 물건이 해마다 30만~40만건 전후에 달했다. 하지만 2007년을 기점으로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 25만건대로 경매 물건이 줄고 점점 감소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15만2000건, 2016년에는 12만5000건까지 떨어졌다. 금융권의 대출심사 등이 많이 투명해 졌으며, 경매에 대응하는 채무자들의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대세적으로 경매 물건이 줄고 있다.
금리의 영향도 빼 놓을 수 없다. 경매 물건의 70~80%는 금융권의 대출의 원리금 및 이자 등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살펴보면 2008년 3.0%를 기록한 이후 줄 곳 2%대를 유지하다 2015년~16년 1%대 금리를 기록 중이다. 그해 한국은행 기준금리에서 10만을 곱하면 얼추 경매 진행건수와 비슷하게 나올 정도이다.
올해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있지만 금리가 상승한다고 해서 바로 경매 물건이 증가할 수는 없다. 금융권에서 연체된 물건이 경매개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3개월, 경매개시결정이후 경매기일이 잡힐 때까지 보통 6~7개월 소요된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가계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21%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올해 8~9월까지는 역대 최저 수준의 경매 진행을 보일 것이며, 이후도 급격한 증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11.3대책이후 투자 수요가 많이 감소했고, 지난 2년간의 고가・고응찰자 경쟁에서 지친 투자자들이 늘면서 경매 물건의 유찰은 일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올해 경매 진행건수는 경쟁 감소로 인한 유찰 증가로 인해 전년도 대비 10% 정도 늘지 않을까 예상되며 모두가 기대하는 물량 증가는 2018년을 넘어봐야 예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래를 준비하던 500명의 경매 특강 참석자들에게는 뭔가 실망스러운 전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기가 조금 이를 뿐이지 지금의 저금리 시장의 한계가 분명해 졌으며 조만간 경매 물건이 늘어나게 될 것은 분명하고 미리 준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지금의 경매물건 감소가 사실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경매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안정적으로 나와야 할 물건들이 진폭이 커지면서 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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