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에 은행은 표정관리 중

[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서민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진 것과 달리 은행들은 느긋한 표정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이자수익 개선에 따른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정책을 핑계로 대출 금리를 더 올릴 명분까지 생긴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관리에 나섬에 따라 대출 규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은행들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급증했던 최근 2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은행 가계대출은 4조6000억원 늘었다. 저금리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치솟았던 2015~2016년 4월 평균(6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작다. 하지만 2010~2014년 4월 평균(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이같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은행들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준 모양새다. 은행들이 정부 정책을 핑계 삼아 가계대출 금리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 나섬에 따라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8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58%로 전년 동기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역대 최저 수준인 1.54%를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오름세다.

은행별로 봐도 1분기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1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1분기 이자이익이 1조26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늘었다. 이외에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4%, 1%씩 성장했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요 은행은 최근 들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이처럼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는 은행들의 행태로 인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려고 찾아온 고객에게 정부 정책이 이러니 무조건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할 수는 없다"면서 "대출 문턱을 높여도 어차피 돈을 빌리는 수요는 많기 때문에 대출 증가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은행이 피해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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