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홍삼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찾고 즐기는 건강식품이다. 동시에 여러 속설을 지닌 식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홍삼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난다는 것. 이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이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속설이다.
박정일 서울대 약학대 교수에 따르면 홍삼을 먹으면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면서 손·발·피부 같은 말초 부위의 혈류량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우리 몸에 에너지가 빠르게 공급, 에너지 대사량이 늘면서 열감을 느끼는 것이지 실제 체온이나 혈압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밥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제 우리나라 농촌진흥청과 중국·캐나다 과학자들이 2010년부터 3년 동안 공동연구한 결과 인삼이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고려인삼과 서양삼, 인삼처럼 생겼지만 효과는 없는 위약을 먹게 한 뒤 체온과 열이 오를 때 나타나는 30여개 증상을 점수로 환산했다. 그 결과 3개 제품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한용남 서울대 약학대 교수팀은 2001년부터 8년간 고려인삼과 혈류량·혈류속도·혈압·체온 등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임상 대상자들에게 고려인삼을 먹게 한 뒤 1시간 후부터 30분 간격으로 6시간 동안 변화를 측정한 결과 혈류량과 혈류속도는 꾸준히 증가하다 6시간 이후부터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맥박이나 혈압, 체온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삼이 열을 올린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전문가들은 고대 문헌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대 중국 의학문헌에는 '고려인삼은 온(溫)하고 화기삼과 중국삼은 량(凉)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온'이나 '량'은 약물 성격이나 성질을 가리키는 말로, '달다' '쓰다' 같은 의미로 쓰였다. 그런데 화기삼(서양삼)을 생산하는 북미 영어권에선 이를 '따뜻하다'(warm)와 '서늘하다'(cold)로 잘못 번역했다.
해외에서 고려인삼 위상을 훼손하려고 악의적으로 만든 루머가 국내로 역수입된 것도 오해를 부추겼다. 홍콩 상인들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한 화기삼을 더운 동남아시아 지역에 판매하기 위해 "고려인삼은 열이 나기 때문에 더운 체질의 사람이나 더운 지방 사람은 맞지 않는다"는 말을 만들어낸 게 국내에도 전해지면서 이런 속설이 사실처럼 전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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