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포털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에 걸맞는 책임을 지워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털 규제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은 개회사에서 “네이버 등 거대 포털이 사람들의 의식세계, 정신을 지배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결론을 강하게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확산으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시스코(CISCO)는 지난 2015년 대한민국의 1인당 무선 트래픽 사용량이 2019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현상은 포털의 성장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포털은 동영상‧음악‧뉴스‧검색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넓혀왔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 거대 포털은 이용자들을 락인(Lock-in‧잠금효과)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가계통신비에서 플랫폼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만큼, 포털 역시 가계통신비 경감 및 사회적 기여에 참여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회 과방위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10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 규제로 활용돼온 경쟁상황평가 대상을 포털 기업으로 확대하고 이용자 권리 강화,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등의 내용을 담은 ‘ICT 뉴노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규제가 기본적으로 방송통신쪽에 집중돼있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ICT 관련 법규제가 플랫폼 포괄하는 규제로 변경할 수 없겠느냐는 논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산업지원실장은 “포털의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필수요소임에도 불구하고 ICT 생태계에 대한 기여는 미약하다”며 “ICT 생태계에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통신사업자가 하고, 수익은 포털이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방송통신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경우, 기금을 활용한 사업 중 ‘콘텐츠 진흥’, ‘인터넷 이용환경 고도화’ 등 포털 서비스와 관련된 사업도 상당수 포함돼있다. 박 실장은 “포털들도 방발기금 납부 등을 통해 ICT 생태계 균형발전을 도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규제를 신설한다고 해도 규제기관이 해외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국내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결국 국내기업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최진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시장에서 구글 등 거대 글로벌 ICT기업과 우리 기업이 맞서 경쟁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포털에 대한 경쟁상황평가 추진, 방발기금 부과는)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지호 법무법인 유한정률 변호사는 “해외 사업자와 규제 역차별로 인한 국내 기업 경쟁력 저하 문제는 ‘역외적용 규정’을 신설로 막을 수 있다”며 “포털의 영향력이 비대해져 경쟁력있는 신규 사업자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고, 비경쟁적인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이므로 다양한 공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규제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 강력한 규제하는 방식이 부가통신사업자나 포털에 적용될 수 있는지, 그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토론회 시작 전 축사를 통해 “포털에 대한 개선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며 “토론에서 나온 내용들을 법제화하는데 큰 지지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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