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바이오·게임 지수를 만들어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겠다.”
정창희 한국거래소 부이사장(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지난 14일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파생상품시장의 중요한 기능은 딱 두 가지다. 위험관리(헤지)를 통한 시장의 안정화와 국민 재산 증식”이라며 “파생상품시장의 국민경제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96년 연 파생시장 1600억서 39조로
올해는 파생상품시장을 개설한 지 22년이 되는 해다. 1996년 처음 선보인 파생상품시장은 20여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규모만 244배 커졌다. 파생상품시장을 연 첫해에 1600억원에 불과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39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주가지수 선물·옵션 △주식 선물·옵션 △금리 선물 △통화 선물·옵션 △일반 상품 선물 등으로 나뉜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파생상품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아직 부정적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환율 급등으로 은행과 키코(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이 큰 손실을 봤었다.
정창희 부이사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문제를 일으킨 파생금융상품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비롯한 장외 파생상품”이라며 “장내 파생상품은 꾸준히 잘 통제돼왔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파생상품 규제로 줄어든 거래대금을 상품 다양성을 강화하면서 만회하고 있다.
정창희 부이사장은 “파생상품시장은 1996년 이후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개발해 투자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며 “위험관리와 동시에 신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2011년 이후 파생시장 건전화 조치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몇 년 만에 60% 수준으로 줄었다”며 “올해는 다양한 신상품 상장과 제도 선진화로 매력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역동성 키워 질적 성장
정창희 부이사장은 올해 파생상품시장의 운영 방향을 묻자 “역동적인 자본시장 구축과 투자자 편익 제고, 즉 질적 성장”이라고 밝혔다. 코스닥150옵션 등 파생상품 확충, 장외 중앙청산소(CCP) 청산상품 확대, 거래정보 저장소(TR) 보고 의무화 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거의 모든 답변마다 ‘국가’와 ‘정부’,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정창희 부이사장은 “코스닥 활성화를 통해 혁신성장을 꾀하고 모험자본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옳다”며 “거래소도 KRX300선물, 코스닥150옵션, 해외지수선물 등 신상품의 다양화로 정부의 신성장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창희 부이사장은 KRX300 선물 상장 효과로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투자 촉진’(헤지수요 흡수)을 꼽았다.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가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주식에 투자할 경우 저렴한 헤지 수단을 제공해 코스닥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수단의 다양화도 기대했다. 정창희 부이사장은 “K톱30 지수가 시장 정착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파생상품의 부재 때문”이라며 “KRX300선물을 활용한 인버스·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을 개발해 투자자의 코스닥 투자의 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150옵션의 상장 효과도 비슷하다. 정창희 부이사장은 “옵션을 활용하면 선물거래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위험관리가 가능하다”며 “선물은 변동성에 대한 헤지가 불가능하지만 옵션은 가격 상승이나 하락 위험 이외의 변동성 위험을 관리(감마 헤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 비중이 10% 내외로 매우 낮고, 이런 이유로는 헤지 수단이 부족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며 “실제 지수옵션과 섹터지수 선물 등의 금융상품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실물경제의 안정성 제고와 투자 다양화를 위해 석유, 금, 탄소배출권 등 일반상품시장의 수급 기반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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