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공룡’ 텐센트의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텐센트를 가리켜 중국 벤처캐피털 '큰손'이라고 부를 정도다.
중국 데이터 플랫폼 IT쥐쯔(IT桔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텐센트는 모두 93개 기업에 투자했다. 투자액만 1874억7200만 위안(약 30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한해 텐센트 전체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텐센트의 기업 투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가 2일 보도했다.
텐센트 투자는 전자상거래, 물류유통,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광범위한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신문은 텐센트의 시리즈 B 이전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만 보면 이미 중국 벤처캐피털 '톱3'에 든다고 전했다.
텐센트의 투자액수로 보면 알리바바나 바이두와 비교해서도 각각 2배, 3배 많은 규모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텐센트의 '캐쉬카우'인 게임 방면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이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 게임 개발사인 블루홀에도 약 29억8500만 위안을 투자해 지분 약 10%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텐센트는 이미 블루홀 지분 약 5%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유망 스타트업도 텐센트의 주요 투자 타깃이다. 텐센트는 지난 5월 인도의 2대 뉴스앱인 뉴스도그에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 참여했다. '인도판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라 불릴 정도로 중국 진르터우탸오와 유사한 인공지능(AI) 기반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최근 떠오르는 시장인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텐센트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밖에 텐센트는 올 상반기에만 모바일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샤오서우이(銷售易), 중국 화물트럭 공유기업인 만방(滿幇)그룹, 프랑스 게임업체 유비소프트, 중국 온라인교육 서비스 신둥팡온라인(新東方在線), 영화·엔터테인먼트 기업 신리미디어(新麗傳媒), 라이브 동영상기업 후야즈보(虎牙直播),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남성복 SPA 업체 하이란즈자(海瀾之家) 등에 전방위로 투자했다.
제일재경일보는 특히 텐센트는 맞수인 알리바바그룹의 사업을 견제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투자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벤처 투자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는 기업들은 알리바바등 경쟁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전략적 제휴를 하지 않는다는 계약에 동의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신 스타트업들은 텐센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전략적 협력, 충분한 트래픽, 그리고 경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텐센트는 투자 대상에 대한 간섭을 적게하고 경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아 텐센트의 투자를 원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텐센트가 오늘날 세계적인 인터넷기업으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창업 초기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업구조를 보완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 위해서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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