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상공에 떠 있던 2000억 달러짜리 관세폭탄의 투하 버튼을 눌렀다.
중국도 보복에 나서기로 한 만큼 양국 간 무역전쟁은 어느 한쪽이 물러설 때까지 끝나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돌입했다.
다만 반격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중국의 최대 고민거리다.
일각에서는 비관세 수단을 동원해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미국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관세 부과 대상만 405조, 더 늘어날 수도
미국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18일 발표했다.
미국의 발표 이후 중국 정부는 10시간 가까이 침묵을 지키다가 오후 늦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이 절대 다수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관세 부과를 선언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스스로의 정당한 권익과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부득불 반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고집은 양국 간 협상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 왔다"며 "미국 측은 이 같은 행위가 초래할 부정적 결과를 인식하고 납득할 만한 수단을 사용해 즉시 교정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이미 예고한 대로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5~25%의 관세를 차등 부과하는 식의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1000억 달러(미국 500억 달러·중국 500억 달러)에 더해 양국 간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3600억 달러(약 404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됐다.
◆관세율 상향 유력, 비관세 수단 동원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또다시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액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형국이 된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55억 달러,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99억 달러다.
중국이 추가로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미국산 제품 규모도 200억 달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실탄을 거의 소진한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 맞대응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관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최고 관세율은 25% 수준이지만 이를 50% 정도로 올려 타격을 주는 식이다.
중국도 '양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질적 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줄곧 수세적이었던 중국이 비관세 수단을 앞세워 공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서 "워싱턴이 베이징을 향해 당근과 몽둥이를 동시에 내미는 상투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도 더는 방어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 중 가장 강력한 것을 골라 반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핵심 원자재·부품의 대미 수출 제한, 인·허가권 및 통관 등 행정 조치를 활용한 미국 기업 압박, 미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 전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역시 비관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꼴이 된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의 압박을 가할 경우 중국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도 무역전쟁의 전선이 관세 외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강조했던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도 훼손될 수 있어 비관세 수단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여유 없기는 마찬가지, 극적 타결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중국에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중국과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북·중 밀착이 비핵화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이번 미·중 간 충돌로 오는 27~28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무역 협상이 취소·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모두 무역전쟁을 무한정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실물경제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무역전쟁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 전에 비핵화 협상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치솟는 것도 부담스럽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확정하면서 무역전쟁의 향방이 시계 제로에 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치킨게임을 무한정 지속하기는 어려운 만큼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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