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은 1995년까지 공공요금의 하나로 간주돼 정부가 관리했다. 철도와 전기요금 등과 더불어 물가안정법에 따라 결정되는 요금이었다. 주무 부처 장관이 요금을 정하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대통령이 최종 승인했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통신사가 약탈적 가격 설정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사전 규제다.
1995년 우리나라의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1996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인가제는 신고제로 전환된다. 다만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한 해 요금인가제를 유지해왔다. 2001년 정부는 통신요금 규제 방식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고, SK텔레콤의 요금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유보신고제로 완화하는 방안이 급부상했지만 실제로 도입되진 않았다. 2010년 9월 이동통신사들이 기존 요금에서 가격을 내린 요금제를 출시하면 인가가 아닌 신고로 쳐주는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모든 이동통신사에게 신고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만들어서 제출하면 일정기간 이를 검토해서 유사 시에 반려할 수 있는 유보신고제를 들고 나왔다. 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당시 이같은 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 폐기됐고, 2016년에 재발의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인가제 폐지 법안은 2개(이은권 의원, 변재일 의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가제 뿐만 아니라 신고제까지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김 의원 측은 요금 인가‧신고 절차가 혁신적인 신규 요금제 출시를 가로막고 있어 이번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인가제를 폐지하겠다면서도 유보신고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요금 규제가 완전 폐지되면 1위 사업자의 횡포가 심해질 수 있고, 사업자들이 요금을 무작위로 신고할 수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가 대상인 SK텔레콤을 제외한 KT와 LG유플러스도 인가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 인가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유보신고제를 두려는 것도 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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