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가지수 랠리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전문가가 많다. 미·중 무역분쟁이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중국이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살리려고 내놓은 부양책이 먹힐지도 한참 지켜보아야 한다.
11일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중국 주식시장 전망을 보면 이처럼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의견은 여전히 '신중론'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8일까지 2493.90에서 2969.86으로 19.08% 올랐다. 7일에는 연고점인 3106.42까지 뛰기도 했다. 반대로 8일 하루에만 4.40% 미끄러졌다. 투매가 쏟아지면서 약 5개월 만에 가장 크게 내렸다.
애초 경기나 기업 실적이 좋아져 펼쳐진 랠리가 아니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가 매수세가 반짝 늘었던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8년에만 25% 가까이 빠졌었다.
미·중 무역협상도 더는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얼마 전 신흥국지수에서 중국 비중을 추가로 늘리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당국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내놓고 있는 부양책도 일시적으로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
그래도 경기나 기업 실적이 가시적으로 살아나야 한다. 상하이종합지수가 다시 3000선 아래로 밀린 것도 부진한 수출지표 탓이 컸다. 언제든지 악재만 나오면 지수가 힘없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일단락됐다가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 해관총서가 내놓은 2월 수출액은 1년 만에 달러화 기준으로 21% 가까이 줄었다. 애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점쳤던 감소율(6%)보다 훨씬 큰 수치다. 수입도 같은 기간 5% 넘게 줄어들면서 예상치를 밑돌았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안정을 찾으려면 내수(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며 "그래야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비는 단기에 늘어나기 어렵고 투자 부문에서 먼저 효과를 보려고 할 것"이라며 "소비 진작책이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럽지만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재정적자를 늘리기로 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애초 목표치보다 재정적자를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이익 증가율을 3~6개월가량 선행하는 사회융자액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양책이 집중돼 있는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걱정을 줄여줄 만한 지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자체가 하향 조정돼 눈높이도 낮아졌다"며 "주가지수가 작은 호재에도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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