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수의 여인’은 고진영…생애 첫 ‘메이저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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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4-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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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합계 10언더파 우승

  •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정상 올라 ‘통산 4승’

  • 상금‧올해의 선수 랭킹서 압도적 1위 질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은 여타 대회와 다른 전통이 있다. 대회 챔피언이 마지막 18번 홀(파5) 그린 앞에 있는 ‘포피스 폰드’라는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감격의 우승 뒤 흐르는 눈물을 시원한 세리머니와 함께 씻어내는 전통이다. ‘호수의 여인’이라 불리는 올해 세리머니의 주인공은 고진영이었다.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지막 홀 그린에 오른 고진영은 ‘포피스 폰드’를 등지고 여유 넘치고 침착하게 우승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인 고진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고진영이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USA 투데이 연합뉴스 제공]


고진영이 LPGA 투어 생애 첫 ‘메이저 퀸’에 올랐다. 적수가 없는 무서운 상승세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고진영에게 ‘2년차 징크스’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샷은 더 예리하고 견고해졌다. 벌써 메이저 포함 시즌 2승이다.

고진영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정상에 오른 고진영은 우승상금 45만 달러(약 5억1000만원)를 받았다.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첫 승을 이룬 고진영은 시즌 2승, 투어 통산 4승을 수확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에 이어 올해 고진영이 다섯 번째다. 또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8개 대회에서 5승을 합작했다.

고진영의 올해 상승세는 엄청나다. 시즌 2승은 물론 준우승 2회, 3위 1회 등 출전한 6개 대회에서 5차례 3위 이내 성적을 냈다. 올 시즌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선두로 올라선 고진영은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추가해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게 됐다.
 

[고진영이 '포피스 폰드' 연못에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USA 투데이 연합뉴스 제공]


고진영은 역시 뒷심이 강했다. 3라운드부터 김인경을 따돌리고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선 고진영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까다롭게 세팅된 핀 위치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전했으나 고진영은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언더파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고진영은 대회 마지막 날 페어웨이를 두 번밖에 놓치지 않으며 흔들리지 않는 정확한 샷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고진영은 2번 홀(파5)과 5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순식간에 4타 차 선두로 치고나갔다. 위기도 있었다. 8번 홀(파3)과 11번 홀(파5)은 보기와 버디로 맞바꿨지만, 13번과 15번 홀(이상 파4)에서 징검다리 보기로 2타를 잃었다. 이 탓에 꾸준히 뒤쫓던 이미향에게 1타 차 추격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고진영의 막판 집중력은 눈부셨다. 고진영은 16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보낸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해 다시 2타 차로 달아났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이글을 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략했다. 고진영은 세 번째 샷을 핀 왼쪽 원하는 곳으로 보낸 뒤 약 5m 거리의 우승 버디 퍼트마저 깔끔하게 넣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승 직후 고진영은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 등과 함께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올해 '호수의 여인'이 된 고진영. 사진=USA 투데이 연합뉴스 제공]


고진영은 “이 대회에서 우승해 너무 행복한 기억이 될 것 같다. 부모님과 할아버지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앞으로도 경기를 즐기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미향은 이날 2타를 줄이며 7언더파 준우승을 차지했고, 김인경은 2타를 잃는 바람에 아쉽게 5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올해 ‘슈퍼 루키’ 이정은6은 마지막 홀에서 환상적인 이글을 기록하며 4언더파 284타로 김효주 등과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마지막 날 6타를 잃는 부진으로 4오버파 공동 52위로 추락했고,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박인비도 2타를 잃고 7오버파 공동 68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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