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두 번째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시동을 걸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대로 대북 기조가 강경하게 변화한 것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방부가 2일 발간한 '2020 국방백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린 KN-23을 19-1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알려진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은 19-4 SRBM, 초대형 방사포(직경 600㎜)는 19-5 SRBM으로 명시했다.
그간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신형 SRBM을 '로켓'이나 '발사체'로 규정했다. 동시에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그런에도 당시 합참이 대북제재 여부를 두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2020 국방백서는 지난해 5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경계초소(GP) 총격사건과 2019년 11월 서해 완충지역인 인근 창린도에서 북한이 해안포를 쏜 건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기술했다.
합참은 애초 총격사건을 '우발적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총성이 들렸을 때 북측 GP 근무 교대 시간이었고 짙은 안개가 끼었으며, 근처에서 북한군이 일상적인 영농 활동이 있었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출처와 내용을 밝힐 수 없는 기술정보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 당국은 1년도 안 돼 입장을 바꾸었다.
대북 기조에 변화가 일어난 까닭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대북 정책과 무관치 않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국제 평화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며, 세계 핵 비확산 체제를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민과 동맹국 안전 확보를 위한 '새로운 대북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인내 전략은 북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펼친 톱다운 협상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위상만 높여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접근법으로 북한 도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19-1 SRBM으로 표기된 북한판 이스칸데르 시험 발사 당시 '북한에서 핵실험이 없었고, 탄도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당시 국방부가 미국과 입장을 같이한 것처럼 이번에는 바이든 행정부 대북 기조에 발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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