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불평등 심화] 양극화 덮친 우울한 설… "부동산 얘기하면 싸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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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2-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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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비스업-수출기업·대기업-중소기업 등 업종별 회복 격차

  • 자산 양극화, 불평등 부채질… 노동가치 하락 부추겨

설을 일주일 앞두고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재작년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A씨(54). 그는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면서 작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돼 세금을 납부했다. 부과된 종부세가 큰돈은 아니었지만 대출도 남았고 가진 자산이라고는 집 하나인데, 앞으로 세금이 더 오르면 어쩌나 하는 막막함에 동생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번 설날 부모님 용돈은 종부세를 내는 형이 다 부담하라"는 비아냥이었다. A씨는 "동생의 가게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면서도 "서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의 모양이 'K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증유의 위기 속에 명절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표정은 삭막하기만 하다. 

똑같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었지만 충격의 양상은 달랐다. 어느 업종에 종사하는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얼마인지에 따라 양극화의 골이 깊어졌다.

대면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더 열악한 상황에 내몰렸다. 일부 단순 서비스업 일자리는 앞으로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음식점, 영화관 등은 무인 키오스크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자동화와 비대면에 밀린 이들을 새로운 일자리로 인도하지 못하면 양극화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코로나19 위기에도 호황을 누린 일부 업종은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도 벌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는데, 관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던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이었다.

이 같은 차이는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 격차로도 이어졌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의 종사자들은 비교적 안전한 집에 머물며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반면 재택이 불가능하거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은 번잡한 출근길을 뚫고 직장에 나갔다.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했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도움으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할 수 있었지만, 수업에 따른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중위권 학생들이 급감하고 학원이나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학력 격차가 심화됐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과 주식 시장 활황은 양극화를 부채질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존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과 무주택자 간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눈 뜨고 일어나니 거지가 됐다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성실하게 일하고 착실하게 예·적금을 부어왔던 사람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금으로 무리하게 집을 사거나 생애 첫 주식투자에 나섰다.

자산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증가율이 노동소득의 증가율을 추월하면 노동의 가치는 하락하고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풍조가 만연해진다. 돈이 돈을 버는 상황에서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된다.

불평등은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성을 증대시켜 투자를 위축시키며, 큰 충격이 왔을 때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할 사회적 합의를 손상시킨다. 이는 더 나아가 성장의 속도와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해소해야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 없이는 양극화 해소는 없다는 생각으로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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