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공지능(AI) 도입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나, 활용성 측면에서 여전히 기초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타트업의 AI 제품 혁신 속도가 대기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기업 간 AI 기술 격차가 심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AWS 코리아 사무실에서 글로벌 자문 기업 스트랜드 파트너스과 함께 진행한 '기업의 AI 도입 촉진 요인과 장애 요인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국내 기업의 70%가 일정 관리, 루틴 업무 자동화, 시판 솔루션 도입 등 기본적인 업무 효율화에 집중했다. 주로 공개형 AI 어시스턴트 활용에 머물렀고, 대부분은 고도화된 AI 활용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7% 기업이 AI를 여러 기능에 걸쳐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중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1%만이 제품 개발, 전략적 의사결정, 비즈니스 모델 수립 등 기업 운영의 핵심에 AI를 통합한 '변혁적 단계'에 도달했다. 이는 여러 AI 도구나 모델을 결합하거나 자체 모델을 구축해 조직 전반의 운영 방식을 혁신하는, 고도화된 AI 활용 단계를 의미한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AI 혁신 속도가 빨랐다. 한국 스타트업 70%는 AI 기반 운영 및 서비스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이는 유럽 58% 대비 뚜렷한 강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적인 대기업의 경우 혁신적인 AI 활용이 부족했다. 스타트업의 21%가 AI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중인 반면, 대기업은 10%에 그쳤다. 이는 AI 혁신의 편차를 심화시켜, 한국이 '양극화된 AI 경제' 구조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인재 부족'을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43%는 AI 활용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디지털 인재 부족'을 지적했다. 또 전체 기업 중 자사 내 AI 역량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곳 역시 30%에 불과했다.
새로운 규제도 AI도입 확산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체 기업의 절반가량(51%)만이 2026년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단 29%만이 이 법률 하에서 자사의 구체적 의무를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규제 시행이 임박했음에도 여전히 명확한 지침이 부족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규제 준수 비용 역시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예산의 평균 23%를 규제 준수 관련 비용에 지출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절반은 이 수치가 향후 3년 안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전체의 34%는 이번에 제안된 규제가 자사의 규제 비용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답했다.
닉 본스토우 스트랜드 파트너스 디렉터는 "한국 정부에 정책적 개선을 제안하자면, 투자에 친화적이고 규제 명확성이 확보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종별 수요에 맞춘 디지털 기술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보건·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기호 AWS 코리아 대표도 "한국은 이미 전체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생산성과 매출 등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각 기업이 비즈니스 요구에 맞는 최적의 AI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