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공급망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코로나19 이후 취약성이 드러난 핵심 품목의 제조 기반을 다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공급망 조사의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산업은 단연 반도체다. 첨단 산업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중국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중장기 국가 전략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구체적인 공개 시점이나 내용을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 우리나라로선 답답한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결과의 전망과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향후 제재 강도와 범위에 따라 우리나라도 공급망 전반에 큰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은 우리나라에 큰 타격보다는 오히려 득이 될 것이란 긍정론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강화하거나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분야도 미국이 중국 배터리의 수입을 제한할 경우 국내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분야에 170억달러(삼성전자), 배터리 분야에 140억달러(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재 등을 통해 동맹국에도 중국과의 거래를 축소 또는 중단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국 정부가 어떤 권고안을 제시하든 간에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에 따라 미국이 자국 내 수입 반도체를 자국 반도체로 대체할 경우 미칠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감소 폭(-0.07%)은 중국(-0.35%) 다음으로 컸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산업의 생산량은 한국이 0.18% 줄어 중국(-0.32%) 다음으로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미국의 조사 결과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경우, 양국 모두 큰 시장인 국내 기업 입장에서 어느 쪽도 편을 들기 어려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 부담이 특히 커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이번 4대 품목 관련 소부장 기업들에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해외수출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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