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엔데믹 앞두고 존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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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2-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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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의사와 상담하고 약국에서 조제된 약은 배달 등의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는 제도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3월부터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이뤄진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존폐 갈림길에 놓였다. 의·약사와 정부 간 대립각이 커지면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의사와 상담하고 약국에서 조제된 약은 배달 등의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는 제도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했던 2020년 3월부터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비대면 의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자 의료계 등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정부에 규제 완화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 투쟁과 고발 조치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앞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30여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병원 찾기와 진료 예약, 대기시간 안내, 처방전 관리, 의약품 배송까지 의료와 관련한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앱 사용자 또한 급증한 바 있다. 향후 핑크빛 전망을 기대하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마저 최근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또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 과제로 선정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은 물론 정책 허점을 노린 불법 의료행위가 적발되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 사례까지 발견되고 있어 정책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화상 투약기 허용에 약사회 “전면 투쟁” 선언···의사단체 맹공에 닥터나우,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 중단

 

대한약사회는 21일 ‘약 자판기 조건부 실증특례 전면 거부’ 성명을 내고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시범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등 어떠한 조건부 실증특례 사업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대면 원칙 훼손,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성 부족, 소비자의 선택권 역규제, 의약품 오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증가 등 약 자판기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분명하다”며 “이보다는 공공 심야약국 운영을 확대해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허용됐던 한시적 비대면 진료 철회를 요구하는 의약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약국 문이 닫힌 밤늦은 시간과 공휴일에 약국 앞 화상 자판기를 통해 약사와 원격으로 상담하고 의약품을 살 수 있는 ‘화상 투약기’의 상용화 길이 열리면서, 정부와 대한약사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일 제2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 과제가 실증특례를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실증특례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현행법상 금지돼 있거나, 현장에서의 안전성 검증 등이 필요할 경우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과기부의 이번 실증특례 승인으로 규제 완화를 신청한 화상 투약기 개발업체 쓰리알코리아는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 사업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약사회는 줄곧 화상 투약기 사업에 반대해왔다. 대면 상담이라는 원칙을 위배할 경우 국민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1인 시위 및 귈기대회를 통해 정부의 화상 투약기 허용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21일 ‘약 자판기 조건부 실증특례 전면 거부’ 성명을 내고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시범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등 어떠한 조건부 실증특례 사업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대면 원칙 훼손,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성 부족, 소비자의 선택권 역규제, 의약품 오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증가 등 약 자판기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분명하다”며 “이보다는 공공 심야약국 운영을 확대해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 자판기 실증특례 사업이 가지고 있는 위법성을 끝까지 추적, 고발해 기업의 영리화 시도를 반드시 저지함으로써 약 자판기가 약사법에 오르는 것을 막아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서울시의사회가 약사법·의료법 위반 등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를 경찰에 고발했다.

닥터나우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다.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어느 정도 확산세가 진정돼 가는 국면에서 대면 진료를 바탕으로 한 정상적인 진료 환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조치에 대해 정부 당국이 철회를 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가 지적한 부분은 닥터나우의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소지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플랫폼 업체들이 버젓이 해당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행태는 현재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대단히 왜곡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의사단체로부터 고발당하며 논란이 커지자 닥터나우는 지난 16일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시범 운영으로 새롭게 선보인 ‘원하는 약 처방 받기’ 서비스를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결국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닥터나우 측은 “시범 운영 시작 전 복수의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법률적 위반 소지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다만 서비스의 취지와 달리 의료 현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음을 감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약계가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체제를 종료해야 한다고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긴장 관계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및 조제약 배송을 합법화하더라도 플랫폼 업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법이 우려되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 불법 의료행위가 심각한 플랫폼 업체·의원·약국을 적발한 데 이어, 플랫폼 업체의 경쟁이 심하다고 판단해 불법행위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사한 결과, 관련 플랫폼 업체 1곳, 의료기관 2곳, 약국 4곳 등 총 7곳을 적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의료시스템을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 의료계, 플랫폼 업체가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결론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특정약품 처방받기, 단골의사 지정, 일반의약품 배달 등 위법이 우려되는 사례도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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