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서민경제] '물가 쇼크' 현실로...2040세대 체감 고통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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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3-0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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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물가 쇼크'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는 물가 인상 때마다 반복되지만 올해 물가 인상은 50년 만의 한파와 맞먹는 수준의 충격이다. 

가뜩이나 서민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가격이 잇달아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친 가운데 공공요금 줄인상마저 예고돼 있어 체감 물가 상승 폭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는 전 세대에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세대별로 체감하는 물가 상승 여파는 다르지만 가계 적자를 걱정하기는 매한가지다.  
 

[사진=연합뉴스]



◆취업난보다 무서운 '도미노 인상'...난방 쇼크에 한숨

취업난과 물가 급등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에 따르면 청년층(지난해 기준 15~29세)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40대(12.5)의 2배에 달한다. 60대가 16.1로 청년층의 뒤를 이었으며, 30대가 14.4, 50대는 13.3으로 조사됐다.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연령대별 체감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을 합산한 수치를 말한다. 

취업준비생인 20대 후반 이모씨(자취생·서울 영등포구 거주)는 최근 물가 급등에 따라 꿈을 좇는 대신 취업을 고심하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생활비에 한 달 살이가 빠듯해진 탓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선 학원비 등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저녁에만 하는 아르바이트 월급으로는 월세와 식비를 충당하기에도 벅차다. 

치솟은 난방비는 최대 고민거리다. 요즘 우편함을 들여다보기 두려울 지경이다. 실제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이 8만원 이상 나왔다. 

이씨는 "7평 원룸에 사는데 가스비가 9만원 가까이 나왔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도대체 1년 만에 가스비를 얼마나 올린 건지, 이제까지도 마음 놓고 보일러를 켜진 않았지만, 겨울을 춥게 보내야 할 상황"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 '난방 쇼크'는 요금 인상이 원인이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비 물가는 1년 전인 2021년 12월 대비 34.3% 상승했다. 특히 통계청이 지난해 3분기(7~9월) 거주 형태별로 연료비 지출을 살펴본 결과, 월세 거주 도시 근로자 가구의 연료비(5만2359원)가 19.4% 뛰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연료비는 전기료와 가스비 등 가정에서 지출하는 광열비를 통칭하는 지출 항목이다. 

반면 자가 거주 가구 연료비는 11.4%, 전세 거주 가구는 8.4% 상승에 그쳤다.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월세 가구의 연료비 부담이 더욱 가중된 셈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 도시가스비, 전기세 등 공공요금 인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점은 악재다. 

올해 더욱 가중될 월세 부담도 이씨의 주머니 사정을 팍팍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월세 가격이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1.3% 상승하고 수도권은 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뼈아프다. 작년 한해 교통비는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지속된 1998년(1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여기에 오는 4월 서울 시내버스와 지하철 교통비가 동시에 인상돼 청년층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인 한 통닭집 외경. [사진=연합뉴스]


◆외식비 줄이는 30대 주부...40대 가장은 대출금리 상승에 허덕

30대 주부인 김모씨는 새해 첫날 가계부를 장만했다. 고물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는 만큼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행보다. 지출 항목 중 긴축 1순위는 단연 식비다. 연초부터 가공식품 가격이 요동치자 일단 대형마트 가는 횟수를 1주일에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부터 가공식품을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들 정도다. 과자류부터 생수, 아이스크림, 콜라, 사이다, 빵, 케이크, 샌드위치, 버거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주부들의 시름은 더 깊어진다. 

다음 달에도 롯데제과, 빙그레, 써브웨이,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해태제과 등이 일제히 제품과 메뉴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인상 폭은 최대 2000원이다. 

잇단 식품 가격 인상에 더해 늦겨울 이례적 한파에 채소 수확이 어려워지면서 신선식품 가격의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5.1%로 전년 대비 두 배 상승했다. 이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도 5% 안팎의 고물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출의 마지막 보루는 자녀 학원비다. 1과목당 20만~30만원에 달하지만 자녀 미래가 달린 만큼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물가가 너무 올라서 대형마트에서 한번 장을 보려면 미리 사야 할 것을 수첩에 적어 간다. 그렇지 않으면 20만원이 훌쩍 넘기 일쑤"라면서 "그럼에도 자녀 학원비는 포기할 수 없는 항목"이라고 전했다. 

40대 가장 한모씨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지난해 초 아파트을 구입할 때 받았던 대출금리다. 한 달에 160만원이던 대출 이자가 지난해 21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몇달 새 대출 이자 50만원을 더 내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63%로, 전년 대비 1.94%p 상승했고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60%로 1.94%p 올랐다. 해당 가계대출 상승률은 2012년 3월(5.62%)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씨는 "대출금리가 안정이 돼야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덜 먹고 덜 구매하는 것 밖에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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