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8일 심야에 열병식을 개최할 전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을 앞두고 인민군 숙소를 방문하고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는 등 연일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열병식 관전포인트는 북한의 신무기와 김 위원장의 대내외 메시지다. 전문가들은 열병식에서 핵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찰위성 등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평양 김일성광장 상공에선 조명을 장착한 전투기와 구형 프로펠러 비행기가 비행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전투기들은 건군절 75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75’라는 대형을 만들며 큰 소리의 음악도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북한 전투기 등의 비행은 열병식 예행연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TV도 생방송을 하지 않았고 노동신문 등 선전 매체들도 현재까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번 건군절을 앞두고 최근 수일간 심야시간에 행사 예행연습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관련 지역 일대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고, 최근 인원과 차량 등이 크게 증가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9월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까지는 대부분 오전에 열렸다. 이후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부터는 4번 연속 저녁이나 심야에 개최됐다. 야간행사를 통해 조명과 음악, 드론쇼, 불꽃놀이 등 시각적·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관측된다. 이번 열병식 역시 야간 개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개량형 화성-17형·군사정찰위성 나오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새로운 ICBM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작년 연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체연료 로켓 엔진시험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이용한 새로운 ICBM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존 액체연료 방식의 ICBM ‘화성-17형’이 고체연료 방식으로 진화돼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오는 4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언급한 만큼 화성-17호의 개량형이 나올 수 있다”며 “새 정찰위성을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ICBM은 연료를 실은 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액체연료 엔진에 비해 발사 징후 등 사전 포착이 어렵다.
열병식에는 핵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와 스텔스 무인기 등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핵탑재가 가능하다는 새 순항미사일과 600㎜ 초대형 방사포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기가 등장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대남·대미 ‘강대강’ 기조 이어질 듯
김 위원장의 대남·대미 메시지 발신 여부에도 관심에 모아진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을 앞둔 6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활동이 공개된 것은 올해 1월 1일 이후 37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전쟁준비태세 완비와 작전전투훈련 확대 강화 등을 논의했다. 대남·대미 ‘강대강’ 군사적 대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이 미 전략폭격기 등을 투입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 가운데 북한이 초강력 대응을 언급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대외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전쟁준비태세 완비 등을 말했는데 이는 강 대 강 기조로 가겠다는 예고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7일에는 건군절을 맞아 인민군 숙소를 찾았다.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도 함께 방문해 이목이 쏠렸다.
김 위원장은 숙소 방문 후 건군절 기념연회에 참석해 “우리 군대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군대”라고 격려 연설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남측이나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