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K-경제 경쟁력 높일 특단 대책 …수출과 디지털 대전환 속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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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입력 2023-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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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교수 ]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경기, 공급망, 통화량 등 수요·공급 양면의 불안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예측과 대응이 쉽지 않은 복합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SVB(실리콘밸리은행)가 파산하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유동성 위기로 구제금 지원을 받았다. 유럽에서도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스위스 중앙은행의 긴급 자금 수혈과 함께 1위 은행인 UBS가 인수에 나서는 등 서방 전체적으로 연쇄적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세계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23일 미국은 물가 상승의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기준금리를 4.75~5.0%로 0.25%P 인상을 결정하였다. 미국이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에서 5.0%로 대폭 올리며 전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짐에 따라 기업의 금융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불안에 따른 신용 경색은 경제 활동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등 작년부터 올해 경제에 대해 이어졌던 침체 경고가 발 등의 불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 침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하고 있고 1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3월 20일 현재 누적 무역적자가 241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총 무역적자 478억 달러의 절반을 벌써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 부진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주력 시장인 중국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이나, 일부 제품 및 시장을 제외하고 전반적 현상이어서 세계 경제 침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 경제 구조 상 수출 부진은 기업 부실과 함께 우리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박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민관 협력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한 수출 활성화가 선결 과제이다.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여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수출 확대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범부처 수출 총력 대응체계를 지시하는 등 특단의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 정부의 수출 지원정책을 잘 활용하여 시장 다변화와 글로벌 마케팅 강화 등 수출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이다. 이 대목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주력해야 할 일은 우리 수출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이다. 우리 수출 부진이 글로벌 시장의 경기 침체 영향이 크지만 우리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기업가 정신의 퇴조, 인건비를 비롯한 전반적 비용 상승,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 수준의 경직된 노사 문화 등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의 선도 기업들이 그간의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의 영향에서 차츰 벗어나 앞다투어 매출 확대에 나서며 수출시장 경쟁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경제·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기업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는 단기 대책으로 촘촘한 민관 협력 체계를 가동하여 수출 부진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으로 소기의 ‘수출 플러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 대책의 핵심은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디지털 대전환, 그린 대전환, 문명 대전환의 3대 대전환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초연결-데이터-인공지능(AI)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의미하고, 그린 대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환경·무역규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의 대응이고, 문명 대전환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온라인·비대면 경제 확산 등 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 미·중 갈등과 신냉전 시대의 새로운 경제 질서에의 대응을 뜻한다. 단기 대책이 급하다고 중장기 대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단기·중장기 대책이라고 해서 순차적 대책이 아니라 사실상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당면 과제이다.
 
3대 대전환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디지털 대전환이 시급하다. 디지털 대전환이 결국 그린 대전환과 문명 대전환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최근의 챗GPT 열풍의 영향으로 인공지능(AI)이 만능인 것처럼 회자되지만 현재 기술로는 데이터 없는 인공지능은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는 연결에서 나온다. 5G/6G 등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인터넷 통신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이 대량의 실시간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AI가 분석하여 새로운 부가가치 및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디지털 대전환의 요체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 규모·업종과 관계없이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디지털 대전환의 1단계이자 기본이다. 모든 경영과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고객의 구매 패턴 및 성향 등 고객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데이터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AI 및 통계적 기법으로 분석하여 경영 혁신을 만드는 것이 2단계이다. 스마트 공장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품질, 원가, 납기 혁신이 좋은 예이다. 우리 기업들이 대부분 2단계를 디지털 대전환이라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3단계는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제품·서비스의 혁신은 물론 제품의 서비스화, 플랫폼화, 제품과 금융의 융합, 구독모델과 같은 수익모델 혁신 등이 대표적 예이다. 기업과 고객의 연결을 통한 데이터 확보는 제품·서비스의 혁신은 물론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제품의 사용 전주기에 걸친 서비스로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기계장비의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고장을 예측·예방하는 AI 기반의 예지보전이 좋은 예이다. 효율성 중심의 디지털 대전환 2단계는 기본이나 이에 머물러서는 게임 룰을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중심으로 한 3단계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마트 공장 정책을 스마트 기업 정책으로 고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우리 경제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근본 대책이자 단기적 수출 활성화에도 적용 가능하다. 일반적이고 의지 중심의 수출 확대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대량의 수출 관련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우리의 강약점, 기회·위협 요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린 대전환과 문명 대전환도 데이터 기반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를 살려 수출 회복과 경제 활성화, 3대 대전환과 미래 세계경제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민관, 여야가 협력할 때이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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