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12위인 KT그룹을 이끌 차기 대표(CEO)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회사 정상화를 위해 김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일단 이달 말까지 KT 주요 주주들 마음을 사로잡아 우군으로 삼아야 하는 과제가 최우선으로 주어졌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는 이달 말 열리는 2차 임시주총을 통과해야 차기 KT 대표가 될 수 있다. 임기는 2026년 3월 말까지로 약 2년 7개월이다. 의결 기준이 주총 참여 주식 50% 찬성에서 참여 주식 60%·전체 주식 25% 찬성으로 강화된 만큼 대표 선임에 주주들 의사가 한층 중요해졌다.
3월 말 기준 KT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27%),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이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도 40%를 넘으며 영국 실체스터인베스트먼트와 미국 티로프라이스가 각각 약 5% 지분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이들 다섯 주주 동의를 끌어내야 대표로 선임될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카페 'KT 소액주주 모임'은 김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관련 주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소액주주 모임은 주주권 위임 등을 통해 최소 0.5% 이상 지분을 결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액주주 모임은 김 후보에게 △KT 핵심 역량 강화와 신사업 전략 △소액주주 의사 반영 강화 △부실 경영 방지 대책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주주 공개서한을 보내는 것을 추진 중이다. 주주 찬성표를 끌어내기 위해 후보로 선정된 후 소감문도 내지 않았던 김 후보가 공개서한에 답변할지도 관심사다.
김 후보는 이번 주 CEO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CEO 인수위 구성은 김 후보가 향후 KT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기존 KT 사장·부사장급 인사를 차기 사내이사로 지정하며 CEO 인수위를 구성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김 후보가 KT 경쟁사인 LG CNS·LG유플러스 출신이고 정부·여당이 지적한 사내 카르텔과 거리를 둬야 하는 만큼 사내이사 지정을 미룰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무·상무급 인사를 파격적으로 등용하거나 외부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KT엔터프라이즈 사업부에는 과거 김 후보와 호흡을 맞춘 LG CNS 출신 인사가 상당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사내에선 김 후보가 취임 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원들은 구현모 전 KT 대표 연임 불발 이후 9개월 가까이 밀린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현재 기존 임원들과 단기 재계약만 맺으며 새 대표가 9월 이후 거취를 정할 수 있도록 해뒀다. 정기 인사 시기를 앞당겨 10월 중 계열사를 포함해 대대적인 사장·부사장 교체와 전무·상무 승진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원들은 새 대표 취임 후 진행할 올해 임단협과 정리해고 추진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석채·황창규 전 회장 등 외부 출신 KT 대표들은 수천 명을 정리해고하며 공룡 기업 KT 체질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