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들은 생산량뿐 아니라 재고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상반기 회복세에 이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호황기에 들어서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도체 업턴 시황은 소재 관련 소부장 기업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4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 ‘2024년 3월 소재·부품·장비 산업동향(1월 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소부장 산업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량은 13.1% 늘었다.
특히 부품업계 생산량 증가가 눈에 띄는데 전자부품 등 반도체 관련 부품업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기준 전자부품 부문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전자집적회로 생산량이 61.5%, 다이오드·트랜지스터 및 유사 반도체 소자가 76.85%, 인쇄회로기판 및 전자부품 실장기판이 59.6% 늘었다.
부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품 생산량은 반도체 생산량보다 1~3개월 앞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기업이 시장 상황을 보고 생산계획을 수립하면 생산하기에 앞서 협력사 등에 부품을 주문하면서다.
통계청 ‘2024년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부장업계 생산량이 급등한 지난 1월 반도체 생산량은 전월 대비 8.2% 감소했지만 2월에는 4.8%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5.3% 늘어난 수치다.
부품업계는 생산량 확대와 함께 재고도 늘리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호황과 함께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내 소부장업계의 지난 1월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20.3% 증가했으며, 특히 전자부품 재고는 37.3% 늘었다. 가장 높은 재고를 쌓은 업계는 다이오드·트랜지스터 및 유사반도체 소자 업종으로 재고량이 전년 동월 대비 212.8% 늘었다. 반도체 업턴과 함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생산량과 재고를 동시에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업종에서 지난 1월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1%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3.4% 증가에 그쳤던 출하량이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2월부터는 출하량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부터 반도체 업턴과 함께 회복세를 보인 소부장업계는 하반기에는 더욱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가동률 바닥을 확인한 삼성 파운드리가 하반기부터 가동률을 높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특히 하반기에는 △삼성의 범용인공지능 반도체 마하1(Mach-1)의 데이터센터 업체 공급 △현대차그룹의 삼성 파운드리 5나노(㎚) 적용 고성능 AI칩 발주 등 대형 호재가 예상되면서 반도체 부품뿐 아니라 통신·전기부품 및 장비, 수송부품 등 소부장 분야 전반에서 생산량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도체 업턴은 소재·부품·장비 외에 여타 제조업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국내 전산업생산지수는 115.3으로 전월 대비 1.3% 상승했으며 제조업 출하는 전월 대비 2.6%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 생산 수출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1월부터 생산량이 늘기 시작해 2~3월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물량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