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대중 무역수지는 519만1609달러(약 72억2412만원)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약 25조원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중국향 수입액이 수출을 뛰어넘고 있다. 한국의 수출 역량이 주춤한 새 미국, 유럽의 높은 장벽에 막힌 중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낮은 보조금·법안·관세 韓 허들
자동차뿐 아니라 유통, 전자업계에서도 허술한 규제로 중국에 안방을 내주고 있다.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올 때는 관세와 부가세를 내고, 국가통합인증(KC)을 받아야 한다. 중국 업체들은 소비자가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하기 위해 이용하는 플랫폼 형식이어서 이 같은 부담을 지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처럼 중국산 TV에 관세를 부과할 수 없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게임업계에서도 역차별 문제로 중국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에는 갈수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만 해외 게임사 경우 확률을 조작하다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해도 이용자 피해를 막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 손뻗친 BYD·로보락·알리의 공습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낮은 허들을 넘어서고 있다. BYD와 지리자동차 지커, 상하이자동차는 한국에 공장을 짓거나 차 판매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이 대중 모델을 한국에 출시하면 국내 자동차의 점유율 감소는 불가피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생산 테슬라 모델Y는 보조금 규제에도 3위(1만3885대)를 차지하며 기아 EV6(1만7131대), 현대차 아이오닉5(1만6625대)를 쫓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업체가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면 외국인 기업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지원될 수 있다"며 "정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보조금을 줄여나가고 있는 와중에 공장 설립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2020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로보락은 글로벌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안방인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2022년부터 2년 연속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국내 점유율은 전년 대비 10.5%포인트(p) 상승한 35.5%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점은 그간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인식과 달리 로보락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보급형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 출하량을 밀어낸 TCL은 지난해 한국에도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시동을 켰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주요 플랫폼들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구매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2% 늘었다. 중국 유통 공룡의 진출로 중국산 상품을 파는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유통산업을 넘어 중국 원재료·중간재 기반의 국내 제조업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게임산업에도 중국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의 '아시아 태평양 모바일 게임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게임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수출 국가인 만큼 FTA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국내 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호근 대림대 교수는 "보조금 지급 규모를 증액하고 충전료를 할인하는 등 전기차 구매와 유지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품 통관 검사와 품질 인증을 대폭 강화해야 하고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법 등 차별을 줄일 법 개정안도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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