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6%로 낮췄다. 이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 한국은행도 지난달 2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올해 성장률이 1.6~1.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밝힌 상황이다.
해외 주요 기관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전부 1% 중반대로 제시한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글로벌 주요 8곳 투자은행(IB)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하향 조정됐다. 정국 불안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통상환경 악화가 하향 조정의 주된 이유다.
너도나도 '저성장 쇼크'를 경고한 것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해법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최근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연일 강조했다. 추경이 비상계엄 여파로 위축된 성장률(0.2%포인트)을 보완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한은이 쉽사리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환율 변동성에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대해 "금통위원들은 급락하는 원화 가치에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결을 택한 1월 금통위에서 벌어진 중립금리에 대한 논의도 주목할 만하다.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은 집행부는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수준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고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이보다 조금 더 높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월 금통위서 총재가 현재 3.0%의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상단이라고 언급한 만큼 한은이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한은 총재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의한 경제손실은 일시적 손상인 만큼 추경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KDI는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국가재정법에는 경기침체, 대량 실업 발생 등 추경의 요건이 정해져 있다"며 "1%대 중후반 성장률을 경제침체로 판단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재정 투입보다는 신속집행과 더불어 완화적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은 여전히 긴축적인 기조"라며 "중립 금리가 2%대 중반이라고 보면 지금 금리에서 2~3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작 정부는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뒷짐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가적인 재정 투입은 국정협의회를 통해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정협의회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수준의 추경을 편성할지 합의해야 정부에서 추경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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