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기업결합은 미국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결합으로 규모는 350억 달러 규모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사업자들이 반도체 칩 등 빛을 이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시높시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 칩 생산에 필요한 표준화된 구성요소인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를 공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애플 등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 또 국제기업결합을 감안해 유럽연합(EU), 영국,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심사를 진행했다.
세 시장은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사업 영역이 겹쳐 수평결합이 발생할 경우 향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가격 인상, 거래조건의 불리한 변경 등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높다. 기업결합 이후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의 60~80%, 광학 소프트웨어 시장의 90~100%, 포토닉스 소프트웨어 시장의 55~75% 등으로 과반을 훌쩍 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또 기존에 시높시스와 앤시스 사이에 존재하던 직접적인 경쟁이 사라지고 이들에게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외 고객사들도 선택지가 축소된다. 특히 세 시장 모두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해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기에도 쉽지 않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한 세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높시스 또는 앤시스의 관련 자산을 매각하도록 했다.
매각 대상은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앤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이 대상이다. 광학 소프트웨어·포토닉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시높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을 매각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자각 매각 조치의 내용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8월 도입된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처음으로 활용했다. 이 제도는 기업결합의 당사자인 기업에게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시높시스와 앤시스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자산 매각 내용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경쟁사·고객사 의견청취 등을 거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수정해 최종적으로 자산 매각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했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 국장은 "이번 시정조치는 반도체 칩과 광학·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해 국내 반도체 칩 사업자 피해를 먼저 방지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시높시스와 앤시스 등이 등이 보유한 풍부한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시장에서 수용가능한 시정조치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제한적 국제기업결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첫 발을 내딛은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가 보다 활발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EU와 영국에서도 공정위와 유사한 자산매각조치가 내려졌지만 각 관할권 내 시장의 특수성이 있어 미세하게 다른 점이 있다"며 "일본도 최근 EU, 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건부 승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매각 시점에 적합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실제 기업결합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관련 자산 일체를 매각하도록 시정명령을 부과했다"며 "매각 대상 등을 공정위와 협의하도록 된 만큼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충분한 경쟁사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두 회사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제 기업결합의 경우 당사국의 경쟁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만큼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통상 이슈가 아닌 경쟁 이슈인 만큼 통상 이슈로 제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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