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 2월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일본의 경제 외교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지만 일본 역시 트럼프발(發)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 1기 시절인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대비해 이시바 총리의 외교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1조 달러(약 147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관세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일본제철의 US철강 인수 시도와 관련해 “인수가 아닌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며 긍정적 제스처를 보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줄 것처럼 보였고, 이시바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아키자와 료마사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완벽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아울러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데 이어 그토록 노력했던 자동차 유예 관세 노력도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고스란히 미국발 관세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했다.
이를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일본의 무역 전략이 트럼프 관세를 상대함에 있어 뒤처졌다"며 이시바 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대응 방침을 혹평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면서 자동차 관세를 피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는 협상보다 관세를 우선 적용하며, 아베 전 총리를 답습하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의 윌리엄 페섹 선임 칼럼니스트 역시 "그것(트럼프 관세)을 예측했어야 하는 이는 이시바와 자민당이었다"며 "이시바 팀이 이 굴욕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응에 실패한 부분적 이유는 트럼프 1기 당시 일본이 잘못된 교훈을 얻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관상으로는 당시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듯 보였지만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신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 역시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 면제를 얻어내지 못했고,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태평양무역협정(TPP)에서 탈퇴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페섹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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