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비상계엄 수사에 점수를 매긴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1차 집행에 나선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 병력 등이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1차 집행에 나선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 병력 등이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비상계엄 수사는 탄핵심판을 지나 형사재판으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1차 성과를 달성한 시점에서, 지난 네 달간의 수사에 점수를 매긴다면 어떨까.

12월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경찰, 검찰, 공수처는 저마다 내란죄의 수사기관을 자처했으나, 역할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혼란과 갈등이 이어졌다. 중복 수사로 서로 같은 인물을 소환하거나 법원에서 수사권 협의를 이유로 영장 발부를 기각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이는 초기 압수수색 실패나 혐의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를 낳기도 했다.

협의 끝에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 수사, 검찰이 국방부·합참 고위직, 경찰이 노상원 수첩을 확보하는 등 주요 문건의 실무자 조사 등으로 윤곽을 잡아갔다. 이후에도 경찰과 공수처가 서로 상호 보완하며 공조하고, 검찰은 윤곽 안에서 김용현 전 장관 등에 대해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며 체포에 자신했으나, 경호처의 저항에 부딪혀 1차 집행에 실패하고 천신만고 끝에 2차에 겨우 성공하며 물리적 실행력 부족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대통령 체포·구속에 성공하고도 정작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진행하지 못했고 법적 한계 등을 이유로 검찰이 기소를 진행했다.

지난달 윤 전 대통령이 구속취소돼 석방되는 과정도 하나의 촌극이었다. 구속기간 계산을 둘러싸고 해석의 이견을 보였고, 법원은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수사팀 의견과는 달리 심우정 총장의 결정으로 법정 다툼을 선택하지 않고 즉시항고권을 포기했다. 

결국, 지난 4개월간 어느 기관 하나 100점을 받을 만한 수사기관은 없다. ‘검찰 출신 대통령’을 수사하는 검찰은 경호처 수사 등 소극적이라 보여질 만한 행동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핵심인물 수사와 기소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기소청 전환’이 얘기될 정도로 검찰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다.

경찰은 무엇보다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 지도부가 내란 피의자로 지목되면서 경찰이 경찰을 조사해야 하는 비극을 맞았다. 광범위한 수사권을 지녔음에도 권력남용이나 내부통제 부실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독립성 유지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공수처에겐 설립 목적을 증명할 기회였으나 법적·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며 역설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돌파할 역량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폐지를 주장하고, 한쪽에선 대폭적 기능 강화를 얘기한다. 유지할 경우 수사력과 전문 인력을 보장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거나 공익적 사유가 있는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 영국의 국가범죄수사국(NCA)은 고위급 수사에서 정치적 영향을 배제한 독립성을 확보했고, 싱가포르 부패조사국(CPIB)은 강력한 수사력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있다. 

홍콩의 ICAC(반부패기구)는 1300명 인력이 매년 14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금융검찰(PNF)은 일반 검찰과 분리돼 고위공직자 부패와 금융범죄를 수사하며, 높은 전문성과 성역 없는 수사로 유명하다. 독일의 연방검찰청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 범죄를 맡는다.

지난 4개월간의 비상계엄 수사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현재의 ‘검·경·공 삼각체제’로는 현상 유지조차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사법체계와 수사기관들이 제 기능을 했다면, 사전에 내란 시도를 인지할 수도, 놓치는 혐의자나 증거를 최소화할 수도, 불필요한 ‘법꾸라지’들을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각 수사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해 증거인멸과 도피를 막고, 수사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전문가들을 영입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제2의 비상계엄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정에 맞는 수사기관 모델과 협력체계를 얘기해야 한다. 
 
박용준 사회팀 팀장
박용준 사회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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