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車, '긴장' 반도체...트럼프 널뛰기에 K-산업 희비

  • 車 부품 관세 유예 시사 희망적

  • 반면 관세 부과 앞둔 반도체, 제조장비 우려

  • 시장 침체 우려, TSMC 등 기업 美 투자도 부담

아주경제 DB
[그래픽=아주경제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에 우리나라 수출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 유예를 시사한 반면 반도체·전자제품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 마음은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며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유예 카드를 수시로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15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회사들은 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에서 만들기 위해 전환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만큼 나는 자동차 업체 일부를 돕기 위해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승용차는 기존 2.5%에서 27.5%로, 트럭은 25%에서 50%로 관세율이 상향됐다. 5월 3일부터는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타이어, 차량용 컴퓨터, 리튬 이온 배터리 등 150개 자동차 핵심 부품에도 25% 관세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관련 관세율이 50%(품목+부품)로 치솟아 수출에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원)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 가운데 50%에 육박한다.

자동차 업계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언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평했다. 현대차·기아는 대미 수출량 중 60%를 한국에서 생산한다. 재고 물량으로 60~90일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더 지나면 가격 인상 없이 고율 관세를 감당하기 벅찬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관세를 감당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 90일 안팎"이라며 "그 이상 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 달로 예고된 최악의 부품별 관세 조치가 유예된다면 상황은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는 조만간 관세 철퇴를 얻어맞을 공산이 크다. 미국은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달 중 품목과 세율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시설은 한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를 포함한 전사 매출 중 118조원 이상이 미국으로 향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 중 63.4%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반면 경쟁사 마이크론은 생산 거점이 싱가포르·대만·일본·미국 등으로 분산돼 있어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을 덜 받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널뛰기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전방 시장의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인공지능(AI) 서버,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시장 성장률을 하향 조정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을 불러온 AI 서버의 성장률은 기존 28.3%에서 최대 10%포인트 이상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HBM으로 순항 중인 SK하이닉스와 D램 1위 탈환을 노리는 삼성전자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TSMC, 엔비디아 등 타국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투자를 발표한 것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각각 370억 달러와 38억7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추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한구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을 최대한 압박해 교란시키는 특유의 '협상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며 "다른 국가와의 상대적인 경쟁 구도 형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IT 전방산업 수요 부진은 실적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관세 폭탄까지 현실화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반도체장비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 둔화로 칩 제조사의 수주가 늦어지면 장비업계도 홀딩이 될 수밖에 없다"며 "관세 정책에 경계를 하며 플랜B를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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