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초안에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AI 윤리 등 이용자 보호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명확한 규제 기준이 없어 사업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17일 정부와 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AI 기본법’ 시행령 초안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 초안에는 ‘개인정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 AI 저작권, AI 윤리 등 부작용과 관련된 규제 내용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와 산하 ‘하위법령정비단’은 6월 최종안을 마련해 오는 7~8월 시행령을 공포할 계획이다. 시행령은 2026년 1월 22일 시행되는 AI 기본법 세부 규정을 담는다.
AI 업계에선 "규제 기준 없는 AI 기본법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본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고영향 AI’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포함한다.
하지만 시행령에는 규제와 관련된 기준 자체가 포함되지 않아 법 시행 후 업계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저작권은 어디까지 인정할지, 윤리 문제는 어떻게 다룰지 등 정부의 규제 관련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회에서 통과된 AI 기본법에 '고영향 AI'를 정의했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을 제시해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며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기업은 영업 활동에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보호 세부 규제 기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국회가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아직 논의가 진행중이다.
하반기까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명확한 규제 기준 없이 산업 진흥 내용만 담은 AI 기본법과 시행령만 효력을 갖게 된다. 반쪽짜리 법안과 시행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부처 일각에선 AI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과기정통부가 홀로 시행령을 만들 것이 아니라 관계 부처 의견을 충분히 담아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기본법에 나오는 여러 규제 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며 “금융이나 의료에 AI가 도입되면 해당 소관법상 규제를 받으면 AI 기본법에 규제받지 않아도 되는지. 중복 규제 소지가 있는지 등을 다루는 작업이 시행령 수립 과정에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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